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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격이 갖춰지지 않은 이가 국가적 규모의 의사 결정에 깊숙이 관여했고, 그 과정에서 각종 이권을 사사로이 전횡했다는 의혹으로 2017년 한국이 큰 혼란에 휩싸였다. 착잡한 심정의 한국인들은 더러 역사로 눈을 돌려 비슷한 사건을 찾아내 상황을 해결할 해답을 찾기도 했다. 불과 백 년 전 매우 흡사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조선사를 마지막으로 이끄는 데 일조한 ‘진령군 사건’이다.
‘난중일기 외전’, ‘동이’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역사교양서 집필가 배상열이 신간 ‘진령군 : 조선을 홀린 무당’으로 돌아왔다. ‘진령군’은 조선 역사에서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군호를 받은 무당 진령군을 중심으로 한국사상 가장 한심했던 19세기 말을 조망한 역사교양서다.
역사속의 진령군은 임오군란을 맞아 혼란과 공포에 빠진 명성황후에게 접근해 앞날을 예언하는 이능을 보여주며 홀렸던 무당이다. 명성황후는 그에게 크게 의지해 국가적 사안을 비롯해 모든 의사결정에 그의 의견을 참고했다.
저자는 “‘역사’라고 하면 우리의 삶과는 무관한 거대한 이야기 같지만, 인화성 높은 화제마다 역사는 어김없이 소환되어왔다”고 말한다. ‘진령군’에서도 저자 배상열은 진령군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빚어내는 비극적 역사를 통해 쌍둥이와 같은 지금 참담함의 근원을 훑는다.
배상열 지음/ 추수밭/ 264쪽/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