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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는 공동생활을 할 때 최적화하도록 진화해왔다는 이야기다. 인간이 제대로 소통하고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뇌와 함께 있을 때 끝없는 행복감에 빠지는 뇌과학적인 이유다. 달리 말하면 ‘썸’을 타고 사랑에 빠지는 가장 큰 요인이 공감과 소통이라는 소리다. ‘모태솔로’들은 물론 정치인들도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다.
지은이는 한국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독일과 미국에서 공부한 뒤 독일 막스플랑크 바이오사이버네틱스 연구소에서 사회인지 신경과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평탄한 엘리트 코스로 보이지만 고교 시절은 별명이 ‘자유인’이었을 정도로 반항아였다고 고백한다. 체벌도 그를 바꾸지 못했다. 하지만 당구 큐로 호되게 벌을 내려 별명이 ‘맛세이’였던 고3 담임이 그를 변화로 이끌었다. 한바탕 체벌을 예상했던 지은이는 담임에게 조용히 불려가서 의외의 말을 들었다. “넌 똑똑하고 너만의 생각이 있다. 네게는 아무리 엄하게 벌을 내려도 소용이 없다는 걸 잘 안다. 너를 믿고 끝까지 벌을 내리지 않겠다. 너와 우리 반 모두를 위해 네가 최선을 다하고 나를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그 뒤 담임은 다른 학생이 규정을 어기면 벌을 줬지만 지은이에겐 “너를 믿고 있으며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해야 하다”고 상기하는 데 그쳤다. 그 결과 반항아의 삶은 온통 뒤집어졌다. 같은 행동을 했는데 친구들은 벌을 받고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을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벌 받을 행동을 멀리하게 됐다. 지은이는 당시 자신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존중 받는다고 느꼈다고 털어놓는다. 공감과 소통, 믿음이 사람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지은이를 이를 바탕으로 나라는 존재가 예전부터 늘 있어왔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며 이는 나 외에는 누구도 바꿀 수 없다는 믿음이 허깨비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지금 나를 이루고 있는 자아는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할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매 순간 다른 사람을 이해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지각하기 때문에 늘 변하게 마련이라는 지적이다. 우리의 뇌의 모양이 굳은 돌조각이 아니라 말랑한 밀가루 반죽과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바로 뇌의 유연성이다. 사회적 뇌의 유연한 본질은 인생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지은이의 주장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장동선 지음/ 염정용 옮김/ 아르테/ 352쪽/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