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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폭군’ 된 들고양이…다람쥐·토끼·꿩 ‘싹쓸이’
  • 김진성 기자
  • 등록 2017-03-31 08: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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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표범 등이 사라진 한반도에서 버려져 야생이 된 들고양이는 삵, 담비, 멧돼지와 더불어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등장했다.

국립공원에 설치된 무인카메라에는 들고양이가 다람쥐나 작은 새 등을 사냥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포착된다.

일부 공원에서는 ‘생태계 폭군’이 된 들고양이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성화(TNR·Trap-Neuter-Return) 사업을 추진하는 중이다. 고양이를 붙잡아 중성화한 뒤 그 자리에 다시 풀어놓는 방식이다.

북한산 국립공원의 경우 2012년부터 작년까지 200마리가 넘는 고양이를 중성화했다.

이 공원 관계자는 “영역생활을 하는 들고양이는 제거하더라도 곧바로 다른 개체가 들어와 그 자리를 채우는 특성이 있다”며 “들고양이와 공존하는 차원에서 중성화 사업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숲에 흔하던 꿩이나 토끼, 다람쥐 같은 야생동물을 사라지게 만든 주범으로 들고양이가 지목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부 들고양이는 등산로나 휴식공간에 갑자기 뛰어들어 탐방객을 놀라게 한다. 번식기가 되면 공격성을 보이고, 요란한 울음소리를 내 불쾌감을 주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이들 고양이의 번식 속도가 무척 빠르다는 점이다. 한 번에 4∼5마리의 새끼를 낳고, 한해 2∼3차례 번식하기도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생태자원부 김남호 계장은 “도심이나 상가에서 가까운 국립공원은 예외 없이 고양이 때문에 골치를 썩인다”며 “번식력이 워낙 좋아 잠시만 방치해도 개체수가 급격히 불어난다”고 지적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에서 활동하는 한혁씨는 “생태계 보전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하는 국립공원에서 들고양이를 붙잡아 안락사시키는 앞뒤 안 맞는 행정을 했다”며 “들고양이를 생태계의 일원이면서 자연의 원래 주인으로 대하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영역생활을 하는 고양이는 1마리가 사라지면 곧바로 다른 개체가 들어와 그 자리를 차지한다”며 “일시적인 포획 등은 고양이 개체수를 관리하는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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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펫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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