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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자필멸(生者必滅),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고 했습니다. 동서고금, 빈부귀천 가리지 않고 태어난 이들은 다 죽었다는 걸 알지만 그러함에도 '죽음'이라는 단어는 금기어에 가까울 만큼 터부시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과거, 그나마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던 시대에는 가족 속에서 대물림을 하듯 죽음을 맞거나 마주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누군가 돌아가시려고 하면 준비를 했습니다. 수의도 짓고 집 주변도 청소했습니다. 임종을 맞았다고 무조건 대성통곡을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슬픔을 억누른 채, 냉정하리만큼 차분하게 정해진 절차를 따랐습니다.
죽음의 기로에선 사람 앞에서 우왕좌왕, 울고불고 하는 건 불안만을 가중시키는 행동이기에 슬픔도 절차에 따라 표했습니다. 언뜻 의식에 얽매인 허례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건 죽어가는 사람을 위한 배려였으며, 죽음을 마주하는 절제된 의식이었습니다.
그것을 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까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함에도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던 시대에는 집에서, 이웃집에서 어른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이나 절차 등을 가풍이나 집안내력으로 익혔습니다.
죽음은 17년간 임종을 준비해 온 저자조차도 불안하게 한다고 하니 공부로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러함에도 맞고 싶지 않고, 마주하고 싶지 않아도 맞고 마주할 수밖에 없는 게 죽음인 것 또한 분명합니다.
책에서는 죽음을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추출해 낸 심리적 상태, 표현과 반응, 단계별 과정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은 막연하기만 했던 죽음을 좀더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씨줄이 되고, 준비된 마음으로 이별을 할 수 있는 날줄이 돼줄 것입니다.
책은 자신이 마주해야 할 죽음은 물론 누군가가 마주하고 있는 죽음을 막연히 생의 마지막으로 지켜보던 두려움을 준비된 마음으로 이별할 수 있는 여유, 인생을 좀더 여유롭게 살피게 해줄 인생 여유서로 읽힐 거라 기대됩니다.
모니카 렌츠 / 옮긴이 전진만 / 책세상 / 1만5,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