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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게 날씨는 그 어떤 생명체 못지않게 놀라운 사실이다. 하늘을 뒤덮은 거대한 양떼구름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인지, 비온 뒤 무지개는 누가 보낸 것인지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날씨에 대한 호기심은 우리를 둘러싼 자연계의 순환과 우주의 운행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 호기심에는 과학적 답변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서정적 느낌이 깃들어 있다. 몹시 슬펐던 하루를 더 슬프게 하는 것, 때로는 그 슬픔을 한 번에 말끔히 씻어주기도 하는 것이 바로 마음과 날씨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날씨 이야기’는 날씨에 대한 두 가지 상상을 채워주는 그림책이다. 기적처럼 보이는 날씨의 변화에 대해 어린이가 ‘왜?’를 질문한다면 작가는 과학적 사실을 기준으로 그 대답을 전해준다. 예를 들어 비늘구름이 오후가 돼서야 나타난다면 적어도 다음날까지는 비가 오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비늘구름은 절대로 더 두껍거나 큰 구름을 데려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실을 전하는 문장은 다정다감하고 시적이다. 햇빛을 약간 가려주는 비늘구름은 마치 양산 같다고 대답하는 식이다. 왜 아침부터 이렇게 덥냐고 묻고자 하면 작가는 “한여름, 태양은 높이 떠올라 공기를 데운 지 오래 되었어요”라고 상냥하게 말한다.
이 그림책은 논픽션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뛰어난 미감의 그림으로 2016년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수상했다. 영국왕립예술학교에서 공부한 작가 브리타 테큰트럽은 마음의 이미지가 날씨에 어떻게 투영되는지를 정확히 읽어 때로는 앙상하게, 때로는 풍요롭게 그려냈다. 일기예보를 좋아하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지만, 마음의 예보가 어긋나서 종종 하루를 힘들게 보내곤 하는 어른에게도 힘을 보태주는 문학적이고 회화적인 논픽션이다.
브리타 테큰트럽 지음/ 이명아 옮김 / 북뱅크/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