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책 제목을 비욘세의 2008년 노래에서 따온 『싱글 레이디스』는 미국 싱글우먼의 세계를 역사학·사회과학·인터뷰기법을 동원해 해부했다.
미국에서 주요 페미니즘 작가인 레베카 트레이스터는 2009년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해에 결혼한 미국 여성의 비율이 역사상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저자는 5년간 100여명의 여성을 인터뷰했다. 그 중에는 전설적인 페미니즘 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과 베티 프리댄, 성희롱을 사회 이슈로 부각시킨 애니타 힐이 포함됐다. 아이 넷을 3명의 남자들과 낳았으며 지금 다섯번 째 임신중인 농업 종사자, “일찍 결혼하면 인생 망친다”는 여대생도 만났다.
문제점보다는 ‘싱글 예찬(禮讚)’ 쪽으로 기운 『싱글 레이디스』는 비혼 여성은 “선택 받지 못한, 욕망의 대상이 되지 못한, 그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한” 여성이라 것과 같은 사회적 편견과 싸운다. ‘싱글우먼 혐오’는 미국 제도권 매체에서 한 귀퉁이를 차지한다. 미국의 우익 라디오 토크쇼 출연자들은 ‘싱글 여성들은 섹스에 환장했다’는 식의 망언을 쏟아낸다. 그렇지 않다는 것, ‘결혼이 최상의 대(對) 가난 정책’이라는 미국 보수주의자의 견해가 틀렸다는 것을 저자가 논증한다.
저자는 싱글우먼이 사회 변화·혁명의 주역이라고 주장한다. “싱글우먼의 역사가 곧 미국의 역사다”라는 것이다. 싱글우먼은 노예해방 운동, 여성 참정권 운동, 노동운동, 페미니즘 운동에 앞장섰다.
가장 흥미로운 저자의 주장은 ‘싱글우먼들이 기혼 여성의 삶도 개선했다’ ‘싱글우먼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보존하고 개선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싱글여성은 결혼을 유보하거나 거부함으로써 남자들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눈 낮추기’를 거부한다. 결혼하겠다는 남성은 이제 몸관리도 하고 책도 좀 읽고 저축도 좀 해야 한다. 자기계발에 힘써야 한다. 결과적으로 여성들이 눈길을 줄만한 남성들이 많아지고 있다.
장자크 루소에서 엘리자베스 1세 여왕까지 다채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이 책은 ‘싱글여성 보고서’이기도 하고 그들을 위한 고민 해결 핸드북이기도 하다. 성생활·우정·커리어· 외로움·출산과 같은 문제들에 대해 다른 비혼여성들은 어떤 솔루션을 내놓는지 종합했다.
레베카 트레이스터 지음/ 북스코프 펴냄/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