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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인간이라는 이분법은 야만적 존재와 문명화된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모욕적인 표현일 뿐 아니라 뭘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것이 동물행동학 및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의 주장이다. 이 책은 그가 연구해 온 경이로운 동물의 지능 세계에 대한 보고서이자 안내서다. 과연 당신은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 이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하겠는가.
오랫동안 인간은 동물의 인지력에 대해 연구했지만 심오한 통찰이 돋보이는 결과가 나온 사례는 없다. 저자는 그 이유가 동물 각 개체의 특성이나 환경과는 상관없이 인간의 기준에 따라 일괄적으로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도대체 열까지 셀 수 있는 능력이 다람쥐의 삶에 무슨 소용이 있나.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주차한 장소를 잊어버리지만 숨겨놓은 도토리를 되찾는 다람쥐의 능력은 탁월하다.
흔히 ‘인간적’이라고 생각하는 영역들, 즉 협력이나 유머, 정의, 이타심, 합리성, 의도, 감정 등은 동물에게서도 잘 나타난다. 문어는 인간의 얼굴을 알아보며 침팬지는 인간이 훈련을 거쳐도 따라갈 수 없는 기억력을 갖고 있다. 돌고래들은 기절한 동료 돌고래의 호흡공이 물 밖으로 나와 숨을 쉴 수 있도록 몸을 떠받쳐주는 헌신과 배려도 보여준다. 물고기부터 침팬지에 이르기까지 동물들이 자신의 세계를 유지하는 것은 ‘의지력’에 바탕을 둔 위계질서도 엄존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개별 동물들의 인지 능력은 저마다의 특별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동물을 연구하는 인간이라면 좀 더 동물과 비슷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세종서적/ 488쪽/ 1만 9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