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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종말
  • 이소영 기자
  • 등록 2017-09-29 12:14:42
  • 수정 2017-09-29 12: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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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 살의 랜던 크라이더는 조지아 주립대학을 졸업한 재원이지만, 회사에서 잔심부름 일을 한다. 또 한 사람 메건 파커는 연봉 3만7000달러를 받으면서 그저 회사 접수원으로 일한다. 번 돈은 10만 달러의 학자금 대출을 갚는 데 고스란히 쓰고 있다.”

일자리가 정점을 찍었다. 한때 블루칼라 생산직 종사자들만의 문제로 보였던 일자리 부족이 이제는 화이트칼라 전문직 종사자들에게까지 퍼지고 있다. 최근 벌어진 교사 임용 대란에서도 볼 수 있듯, 어느 전문직에서든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미래의 과실을 기대할 수 있었던 영광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2000년에서 2010년까지 전 세계 대학 졸업자 수는 9000만 명에서 1억3000만 명으로 증가했다. 그에 따라 학위의 가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미국 대학 졸업자 절반 이상이 직장을 구하지 못했거나, 대학 학위가 필요 없는 직종에서 일하고 있다.

국내도 마찬가지. OECD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10.7%로 미국의 10.4%보다 높았다. IMF 직후인 2000년의 10.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17년 7월 현재 구직 포기자는 50만 명 가까이 되며,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현상을 한마디로 정의한다. “대학을 졸업해 평범한 직장인이 되는 시대는 끝났다.”

지난 세기 동안 주로 단순성 영역(생산직 노동)과 난해성 영역(지식 노동)의 일자리가 급증하면서, 학교 교육을 통해 취득한 지식과 자격이 곧 일자리로 이어지는 체계가 확립됐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학위 소지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두 영역의 일자리는 계속 줄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대학 졸업자가 엄청나게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첨단화와 기계화가 인간의 일자리 자체를 빼앗아 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안드레센-호로위츠 공동 설립자 마크 안드레센의 말을 빌려 “직업 경력을 계획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모든 것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에서, 이는 결국 좌절감만 안겨 주는 무의미한 행위라는 것. 대신 그는 자신만의 능력과 기술을 발전시키고 가치 있는 기회를 추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라고 말한다. 바로 앙트레프레너십(entrepreneurship), 즉 ‘창업가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다.

당장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창업 그 자체가 아니라 ‘창업가정신’을 구현하는 것. 이전 세기만 해도 자유와 의미를 좇는 것은 인생의 후반기에나 가능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그것들을 추구해야만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저자가 만나 본 성공한 창업가들은 하나같이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고 더 많은 자유와 의미를 얻기 위해 창업에 나섰고, 이전보다 부를 얻었다.

이제 직업은 역사상 가장 위험하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도 존재하지도 않는 ‘안정적인 직업’만을 찾아 헤맬 것인가? 10년 후 달라질 미래를 원한다면 지금 당장 자기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테일러 피어슨 지음/ 방영호 옮김/ 부키/ 264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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