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犬 그리는 여자, 화가 황지현 .. 한국화와 진도견의 만남
  • 한민이
  • 등록 2013-09-30 21:00:54
  • 수정 2013-09-30 21: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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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그림에 처음부터 개가 등장했던 것은 아니다.
한국화를 전공한 화가 황지현(32)은 인물화를 시작으로 자신과 주변의 것들을 그림에 담아내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개를 빌어 사람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어느덧 7년이 넘어섰다. 주인공이 된 견종은 진도견 ‘블랙탄’이다. 처음에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회에 대한 불만을 말했다. 그러나 그 눈빛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드럽게 변하며 일상을 얘기한다.

황지현씨는 지난 2010년 ‘버려야 될 것, 그리고 달린다.’로 첫 전시회를 개최한데, 이어 지난 9월에 일상 속 풍류를 즐기는 ‘생활의 발犬’으로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두 번째로 전시회를 가진 바 있다.

한국화와 진도견, 조화와 부조화를 연상시키지만, 창의력과 실력을 인정받은 화가 황지현을 마이펫뉴스가 만났다.

▲마이펫뉴스 : 일률적으로 등장하는 개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이것과 관련한 사연이 있을 것 같은데.
▼ 황지현 화가 : 동물을 매우 좋아하지만 여건상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다. 다만 이 개는 자주 눈에 띄었던 진도견의 한 종류이다. 또한 그림의 개 이미지 차용은 인간의 생활 속에 가장 밀접한 감정의 교류를 하는 동물이 반려견이라고 생각해서다. 이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보호자(주인)의 마음을 헤아리듯 슬퍼하면 같이 슬픈 표정을 짓거나 무릎에 살포시 손을 얹으며 위로를 해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기쁨을 공유하며 휴식을 함께 한다. 전체적으로 작가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개의 몸짓이나 얼굴 표정을 통해 우의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해주기에 이미지로 표현하기 적합했다.

▲마이펫뉴스 : 많은 견종이 있을 텐데 진도견 ‘블랙탄’을 선택한 이유는.
▼ 황지현 화가 : 등장하는 개는 작가의 자화상이다. ‘블랙탄’을 처음 봤을 때는 멋있었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고독하고 소외된 인간상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진도견 중 황구나 백구는 사람들이 대부분 알고 있지만 이 개는 진도견이라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견종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또한 평소 가장 한국적인 것에 관심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토종견인 진도견을 선택하게 되었다.

▲마이펫뉴스 : 두 번의 개인전을 했는데 갤러리들의 반응은.
▼황지현 화가 : 거의 대부분의 작품에 동일한 견종이 나오는 것을 보고 흥미를 갖는다. 그런데 실제로 그림 속 반려견을 보고 세퍼트나 말라뮤트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관심을 갖고 자세히 보면 매우 다른 데 말이다.

   
 
▲마이펫뉴스 : 한국화를 배우게 된 계기는. 더불어 한국화 등의 매력은 무엇인지.
▼황지현 화가 : 예고를 다니면서 채색화를 하다 수묵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수묵화는 배울수록 오묘한 재미가 있으며 배워야할 것이 더욱 많아진다. 기술적 부분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내공(?)이 쌓여야 하는 것. 그런 부분 때문에 꾸준히 공부하게 되었고 주변의 권유로 한국화를 배우게 되었다. 한국화는 자유롭고 담담한 느낌이다. 마치 김치를 담그거나 한식을 할 때 손의 감각으로 어림잡아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듯이. 명확하고 구체화된 공식 없이도 맛있게 만들 수 있는 여유로움, 담백함이 한국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마이펫뉴스 : 자신만의 그림의 작업 방식은.
▼황지현 화가 : 내용적인 면에서는 작가의 일상에서 느낀 부분을 표현하는데 사람과 사람, 자연과 사람 등 생활주변에서 소재를 많이 찾는다. 생각날 때나 느낌이 오는 것을 드로잉이나 짧은 글, 단어로 적어놓는다. 이것들이 어느 정도 모이면 정리를 하면서 전체적인 내용과 그림을 구상하여 작업으로 옮긴다.
작업의 재료와 기법은 한국화의 채색기법으로 작업한다. 종이는 질긴 종이류인 장지나 순지를 주로 사용하는데 그 이유는 색이 많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먹과 한국화 채색기법으로 표현한다. 먹이 들어가는 개의 형체는 밑에 엷게 채색이 올라가고 그 위에 먹으로 여러 번 선을 넣어 털을 묘사한다. 약, 중, 강으로 먹의 농담을 조절하여 선을 긋는 것보다 채색화처럼 먹도 쌓는다는 느낌으로 선을 여러 번 올린다. 이 외에 채색은 한국화의 채색기법이다. 이번 작업에서는 채색기법에 부분적으로 과슈 물감도 함께 사용하였다.

▲마이펫뉴스 :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황지현 화가 : 사람들은 물질적 풍요에 비해 정신적으로 매우 빈곤한 상태가 되어 가고 이런 환경 속에 길들여져 심신이 지쳐있다. 그러나 지친 것마저 모르고 살아가는 하루하루. 그런 일상을 지내다보면 다 써버린 건전지처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력해지기 쉽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 간에 소통이 없어지고 단절되어 가며 서로간의 교감도 부족하다. 개개인만 중요시하는 생활이 아닌 우리라는 어울림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사람마다 이상향에 대한 방향이 다르다. 그렇지만 함께 살아가는 현실에서 도원을 발견하고 그 곳에서 마음먹기에 따라 실현 가능한 꿈을 찾아야 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 가까운 곳에 자그마한 집을 짓고 복숭아나무를 심으면 그곳이 도원이다. 진정한 행복은 자신 안에서 찾아야 하며 현실의 근심에서 벗어나 나만의 무릉도원을 지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나 지친 심신을 재충전 시킬 수 있을 테니까.

▼ 마이펫뉴스 : 개에 대한 특징적인 부분이나 감성적인 부분은 어떻게 발견하나.
▼ 황지현 화가 : 작가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그리기 때문에 개의 표정들이 작가와 많이 닮아 있다. 왜 개는 보호자(주인)을 닮는 다는 말이 있지 않나. 이렇듯 주변 지인들의 반려견이나 길거리에서 만나는 개들을 관찰하다 보면 표정이나 행동들이 사람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때문에 작업을 할 때 동물을 그린다기 보다 사람을 그린다고 생각하고 그리게 된다. 직접 키우는 것이 모든 걸 다 이해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그림 속 풍경들은 사람들과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 이미지들을 눈으로 관찰하고 기억한다. 키우지 않아서 표현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기보다 그렇기에 상상력이 풍부해진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개와 관련한 기본적인 지식을 공부하고 사진들을 접한다.

▲마이펫뉴스 : 평소 취미 생활이나 성격은.
▼ 황지현 화가 : 음악을 좋아해 기타를 배웠고 취미로 살사댄스를 한다. 성격이 활발한 편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들을 보고 배우려고 한다. 익숙한 것에 안주하지 않으며 다양성을 추구한다. 서른 전에는 이태원 근처가 집이다보니 음악과 술, 사람들 속에서 거의 대부분을 보낸 것 같은데 몇 달 전 홍대 뒷골목으로 집을 옮긴 다음부터는 자연과 더욱 가까워진 기분이다. 집이자 작업실인 이곳에 큰 감나무가 있는데 새들과 고양이들이 자주 드나든다. 이사한 다음부터 화초 가꾸는 취미도 생겼다. 내가 키우는 식물이 자라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즐겁다. 집이 보다 넓은 공간이었으면 강아지도 한 마리 분양 받았을 텐데.

▲마이펫뉴스 : 그래서인가. 이번 전시회 그림들은 유난히 꽃이나 나무가 많은데.
▼ 황지현 화가 : 작업의 주된 내용이 작가의 주변 사물과 환경에서 받는 느낌의 표현이다. 이전 작업이 서른이 되기 직후의 현실에서 오는 사람과의 관계나 사회적 고민들을 개와 인물들을 통해 쏟아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자연풍경 등을 관찰하면서 생활 속에서 느낀 그 자체를 풀어보았다.

▲마이펫뉴스 : 7년간 등장한 이 견종을 앞으로 계속 볼 수 있을지.
▼ 황지현 화가 : 이제 진도견 ‘블랙탄’이 작가다. 7년 동안 이 작업을 하면서 어느 정도 익숙해진 기분이다. 가끔은 처음 어렵게 그림 작업을 시작할 때가 그립다. 익숙해진 것을 계속하다보면 긴장감이 없어진다. 나는 쉽게 만들어지는 것보다 어렵게 고민하고 힘들게 만들어내는 것들을 좋아한다.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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