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이 펫푸드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집중하고 있으나 수입산의 높은 장벽으로 자칫 늪에 빠지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집중적인 자금 지원을 통해 사업이 조기에 안착할 경우 국내 업체 중 가장 빠른 선점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하림펫푸드는 지난해 4월 1일 자로 제일사료의 반려동물 식품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설립됐다. 충남 공주시 정안면에 펫푸드 단일공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의 펫푸드 전용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람이 먹는 식재료를 사용해 제조 공정에서 관리까지 일반식품 수준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진출 첫 해 성적은 부진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억3250만원으로 매출 원가에도 미치지 못했고, 영업손실(35억원)과 당기순손실(5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삼성전자 상무 출신의 고유찬 사장을 새롭게 영입하며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지만, 시장 진출 초기인 만큼 제품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 및 광고비 지출이 늘면서 손실이 불가피했다.
지난해 하림펫푸드는 30억원의 판매관리비 중 절반 이상인 16억원을 광고선전비로 사용했다. 하림펫푸드의 자본금이 1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자본금을 모두 날린 셈이다.
이에 모기업인 제일사료와 하림의 자금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하림펫푸드는 올 들어 세 차례에 걸쳐 제일사료로부터 총 95억원의 운영자금을 차입했고, 지난달에는 1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단행했다. 이렇게 올해 하림펫푸드에 지원된 자금만 275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기준 총 차입금은 262억원에 달한다.
국내 펫푸드 시장의 경우 수입산이 시장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진입이 쉽지 않은 데다 최근 LG생활건강, KGC인삼공사, 풀무원생활건강, 빙그레, 동원F&B, 사조동아원 등 대형 식품‧유통회사들이 잇따라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경쟁강도도 더욱 높아진 탓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펫푸드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자금 지원이 하림그룹 전체의 수익성 악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하림은 최근 수년간 잇따른 M&A와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면서 재무구조가 불안정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림의 지난해 연결기준 총 차입부채는 2126억원으로 2016년 1582억원 대비 34.4% 증가했다. 지난해 차입금 중 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1770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의 83.3%를 차지한다.
이와는 반대로 모기업의 지속적인 자금지원이 펫푸드 시장의 조기 안착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 다수 식품‧유통기업들이 펫푸드 시장 진출을 선언했지만 모두 사업 초기 단계라 대규모 투자보다는 시장 반응을 살피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 단기간에 제품 인지도를 올리고 시장에 안착할 경우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입산 펫푸드 대부분이 장기간 운송기간을 고려해 방부제 등 합성보존료를 사용하고 있어, 신선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점점 커지는 점을 감안하면 국산 펫푸드 제품에도 충분한 기회가 있다는 설명이다.
하림 관계자는 “펫푸드 시장에 진입한 지 1년이 아직 안 된 만큼 초기 시장 진입을 위해 마케팅 비용 등 지출이 클 수 밖에 없다”며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대형 글로벌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을 단 시간 내에 뚫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림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프리미엄 펫푸드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며 “향후 내수시장을 발판 삼아 해외 수출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