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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역사가 사마천이 아닌 문장가(정확하게는 소설계의 시조) 사마천을 보여주고자 했다. 따라서 소개하는 열전의 글도 완역하지 않았다. 재미없는 글들은 뺐고, 선택한 글 중에서도 문장의 기세가 지리한 부분은 과감하게 잘라버렸다. 인간 군상의 긴박한 사건 전개는 여느 소설 못지않다.
폭염 속 피서(避暑)에는 피서(避書)도 함께한다지만, 시원한 그늘 아래서 독서하는 것만큼 돈 안 드는 휴가가 있을까. 각 편 글의 앞과 뒤, 그리고 문장과 단락의 사이에 간략한 평어(評語)를 더했다. 비유하면 이 평어들은 일종의 여행안내거나 의원의 진맥이다.
글 읽기가 여행이라면, 좋은 안내자가 필요할 때가 있다. 한 편의 글이 살아 있는 인체라면, 그 약동하는 생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맥과 관절과 내장과 감각기관 등을 알아야 한다. 저자는 여행의 안내자로 자처한다.
사마천의 글을 읽으며 옛사람과 대화하고 그의 조언을 듣고 때로는 그와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말이 통하지 않아 외려 마음이 통할 때가 있고, 몸이 만날 수 없어 반대로 대화가 진진해지기도 한다. 이 글은 2천 년 전, 만 리 밖의 만날 수 없는 사람과의 교감이며 소소한 차담(茶談)이다.
이승수 저/ 돌베개/ 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