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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게 있어 남을 지배하기 위해 지식을 쌓는 것은 올바른 동기가 아닌 수준을 넘어 교양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활용하려는 시도다. 그에게 교양은 일견 무의미해 보이는 세상에서 인과관계를 길어 올릴 때 쓰는 뜰채이며, 인간이 스스로의 정신적 정체성을 창조할 수 있는 조각칼이기 때문이다. "지식은 희생자가 되는 것을 막아줍니다. 뭔가를 알고 있는 사람은 불빛이 반짝거리는 곳으로 무작정 홀릴 위험이 적고, 다른 사람들이 그를 이익 추구의 도구로 이용하려고 할 때 자신을 지킬 수 있습니다."
독일의 철학자인 저자 페터 비에리는 '삶의 격' '자기 결정' '자유의 기술' 등 저서를 통해 인생과 존엄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져왔다. 그가 집필한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주인공을 통해 전 세계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이번 '교양수업'에서 그는 인문학, 음악, 철학 등 세부 지식을 소개하지 않는다. 대신 교양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의함으로써 그것의 의미와 필요를 독자 스스로 성찰하게 안내한다.
다독(多讀)만으로 교양인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책을 읽고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사람이어야 교양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양을 쌓아가는 사람은 시 한 편으로도 변화하게 됩니다. 이 점이 교양을 갖춘 시민과 교양의 뒤꽁무니를 좇는 속물의 차이입니다."
자신의 경험을 더 풍부한 표현으로 건져 올리기 위해 소설을 많이 읽으라고 조언한다.
"내가 가진 생각과 의지와 감정이 돌이킬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고 언제든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배웁니다." 88쪽의 분량 안에 교양의 다채로운 면모를 소개한 저자의 함축적 표현은 그 자체로 교양의 필요성에 대해 증명하고 있는 듯하다.
페터 비에리 지음 /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펴냄 /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