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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초연된 이 연극에 대해 지루하고 당혹스럽다는 비평은 예견된 것이었다. 아마 대다수 관객에게 두 부랑자의 의미 없는 시시덕거림처럼 보였을 것이다. 평론가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리얼리즘 계열의 미국 작가인 노먼 메일러(1923~2007)는 이 연극을 좋아하는 이들을 향해 “터무니없는 야망과 시시껄렁한 상상에 빠져 있는 지식인들”이라는 야유를 퍼부었다.
현대인들은 그 기다림을 ‘견뎌냄’이라고 왕왕 표현한다.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다만 기다릴 뿐이기에 그렇다. 이 책의 저자인 해럴드 슈와이저는 ‘고도를 기다리며’에 대해 “그 이전까지 누구도 본격적으로 다룬 적 없는 기다림을 주제로 삼았다는 점에서 혁신적이었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고도를 기다리며’가 보여주는 신선함은 우리가 기다림을 어떻게 통과해가는지가 아니라 기다림 안에서 어떻게 머무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기다림이 끝나는 순간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저 기다림이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데에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기다림’에 대해 쓰고 있다. 저자는 문학과 예술, 철학을 종횡으로 오가면서 기다림에 대한 생각을 피력한다.
그래서 기다림은 힘들고 초조하며, 그 기다림의 시간을 뿌리치고 어딘가로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기다림은 일종의 축복이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감각을, 어느 순간 확연하게 일깨우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저자는 그 경험을 “자신의 존재가 지닌 특수성을 깨달으며 갑작스레 통찰력을 얻는 상황”이라고 표현한다.
책의 저자는 이 일련의 그림들에 대해 “기다림에 대한 성자와도 같은 순종” “고통받는 사람에게 고스란히 바쳐진 기다림”이라고 표현한다. 이쯤에서 책의 제목이 실감 나게 다가온다. 사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제목에 함축돼 있다. 기다리는 사람은 시인이 된다. 저자는 “단 1분도 기다리지 못하는 오늘날의 삶의 양식, 이 정신없는 질주”에도 불구하고 “머무름과 기다림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시간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기다림이란 우리가 단순히 거쳐 가는 시간의 통로가 아니라 우리 존재의 조건”이라는 것이 이 책의 메시지다. 올해 68세인 저자는 미국 버크넬대학 영문학과 교수다.
해럴드 슈와이저 지음/ 정혜성 옮김/ 돌베개/ 238쪽/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