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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18년간 살았고, 프랑스인과 결혼했으며, 7년간 MBC 파리지사 국제뉴스팀에 근무했던 곽미성이 자국민과 이방인, 수용과 혐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때우는 끼니와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미식, 그 경계선이 그어지는 공간이자 그 경계선을 지우고자 하는 장소로서 식탁들을 그린 책이다.
이방인 여성으로서 저자는 프랑스 미식문화의 정점이라고 여겨지는 미슐랭과 이를 둘러싼 문제들에 민감했고, 이슬람교도 학생들을 위한 급식 메뉴가 공급 중단된다는 뉴스를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자신에게 와인 선택과 시음의 기회를 주지 않는 레스토랑 직원 때문에 감정이 상했던 날도 있었고, 프랑스인 남편과 입맛이 달라 어쩌냐는 주위 사람들의 걱정이 얄밉던 날들도 있었다.
낯선 나라에 혼자 떨어져 사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자기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방인에게 이국의 음식은 가장 쉽고 친절한 외국어였다. 저자가 먹는 풍경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이방인이기에 더 생생하게 감각할 수 있었던 저자가 담아낸 서른 개 식탁의 현장 속에서 자국민과 이방인, 수용과 혐오, 끼니와 미식문화의 경계를 마주하게 된다.
곽미성 저/ 어떤책/ 256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