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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걸다
  • 김진성 기자
  • 등록 2018-11-20 17:53:25
  • 수정 2018-11-20 17:5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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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현대문학』에 「별종 금붕어」 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했던 이양희 시인이 네 번째 시집 『마음을 걸다』를 출간했다.

이양희 시인은 ‘언어’와 ‘세계’의 마주침을 매우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묘파해내고 있다. 생활이라는 지극히 사소한 곁과 주변, 그리고 뒤안길을 통해서 ‘세계’를 다시 쓰는 그의 독특한 시작 태도는 일상의 시간과 밀착되면서 깊어지고 확장되고 있다. 그는 일상과 밀착되는 동시에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스스로를 일상과 완벽한 대칭으로 만들고 있다. 이 점이 시집 『마음을 걸다』의 특이점이다.

그가 쏟아낸 ‘말’들은 “햇빛 오글오글 모여 꽃이 피듯/ 그렇게 피워내는 꽃”과 대칭되며 그런 과정을 통해 그는 ‘말’을 매개와 지시가 아닌 사물의 신비를 직접 드러내는 일종의 ‘알레고리’로 만들어버린다. 시인이 생활을 시의 언어로 대칭적으로 그려낸다는 말은 이러한 사태를 함축한다. 이양희 시인은 대상에게 ‘말을 거는 일’을 ‘마음을 거는 일’과 동일시함으로써 그러한 문제를 해결한다. 말을 거는 행위는 단순하지 않다. 그것은 마음을 거는 일이자 당신에게 ‘나’를 거는 일이며, 동시에 ‘나’에게 당신을 거는 일의 시작이다.

그는 쓴다. “한마디 말을 거는 일은/ 당신에게 나를 거는 일이어요/ 나에게 당신을 거는 일이 시작되는 일”(「마음을 걸다 1」)이라고. 결국 이 ‘각오’는 “끝 모르는 끝에 도달하기 위해// 끝을 붙들고 끝에 서 있다// 장엄한 작은 꽃밭에서 모두가 주인공이다”(「끝을 붙들다」)라는 문장으로 정립되며, 생활을 화엄의 지속적인 펼쳐짐으로 변형한다.

이양희 저/ 북인/ 120쪽/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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