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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수집가의 여행
  • 박서현 기자
  • 등록 2019-02-17 18:31:11
  • 수정 2019-02-17 18: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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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는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다. 나그네가 직업이다. 세상 편한 일거리 같지만, 아니다. ‘경험 수집가’를 자처하는 저자는 여행가가 ‘불편의 맛(taste for discomfort)’을 알아야 진정한 여행가라고 주장한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저자도 여러 번 아슬아슬했다. 대만에서는 주먹으로 턱을 맞았다. 에콰도르에서는 반군 세력에게 납치됐다. 1991년 러시아의 불발 쿠데타 현장에서는 탱크에 대항해 예술가들과 함께 바리케이드를 쳤다.

프리랜서 순회특파원인 저자 앤드루 솔로몬은 1980년대 말부터 25년간 83개국을 여행했다. 이번 책은 뉴욕타임스·뉴요커 등에 게재한 28편의 기사를 수정한 여행기 모음집이다.

컬럼비아대 메디컬센터 교수(임상심리학)이기도 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여행을 정의한다. “여행은 지구의 흐릿한 현실에 초점을 맞춰주는 교정 렌즈 세트다.” 여기서 우리는 ‘교정 렌즈 세트(a set of corrective lenses)’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렌즈가 필요하다.

여행을 떠나야 자신의 가치 중 일부는 보편적, 일부는 특수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국인들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보편적이라고 본다. 저자가 83개국을 다녀보니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다.

반면 저자는 인류 공통의 인간성을 발견했다. 타국 사람들이 겉모습만큼 다르지는 않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이 보기에 ‘무서운(frightening)’ 사람들도 실제 만나보면 무섭지 않았다. 2002년 탈레반이 실권한 아프가니스탄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호전적인 광신도가 아니라 “흥미로운 생각을 실천하는 두꺼운 지식층”이었다.

저자는 2000년 세네갈에서도 공동체 문화라는 새로운 렌즈를 체험했다. 아프리카식 퇴마의식을 통해서다. 퇴마사는 숫양의 내장에 묶인 그의 몸에 피를 발랐다. 온 마을 사람들이 하루를 쉬고 퇴마의식에 참여했다. 어떤 물질적인 대가를 바란 게 아니었다.

예일대(영문학 학사)와 케임브리지대(심리학 박사)에서 공부한 그는 『부모와 다른 아이들(Far from the Tree)』(2012)로 전미비평가협회상을, 우울증을 다룬 『한낮의 우울(The Noonday Demon)』(2001)로 전미도서상을 받았다.

앤드루 솔로몬 저/ 김명남 역/ 열린책들/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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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펫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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