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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려동물 산업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의 반려동물 개체 수가 미국을 추월하면서, 애완견 호텔·미용·카페 등 중국 반려동물 시장의 몸집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미국의 CNN뉴스는 최근 중국의 이런 기록적인 반려동물 시장 성장세를 주목하며 그 이면에 중국인들의 심각한 우울증과 고독 등 사회 심리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 수는 1억7110만 마리를 기록해 미국의 반려동물 수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올해도 지난해 대비 10% 가량 증가, 1억8850만 마리를 기록하면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애완동물 호텔, 장례식장, 미용 등 반려동물 시장 규모도 지난 3년동안 60%나 급증하면서 290억 달러(약 34조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CNN은 "베이징에는 애완동물 전용 정원과 스파가 딸린 호텔이 있다"며 "주인의 인스타그램을 채워줄 고급 애완동물 미용사 및 사진사도 있다"고 전했다.
1994년까지만 해도 중국은 반려동물 소유가 불법이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부르주아의 나쁜 취미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0여년동안 이런 흐름은 차차 완화됐고, 중국의 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기록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중국인들이 급증한 것은 일차적으로 중국의 경제 상황이 개선되고, 즐거움과 만족감을 주는 대상에 큰 비용을 지출할 능력이 갖춰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중국의 저출산과 뿌리 깊은 고독·우울증이 존재한다고 CNN은 지적했다.
35년 동안 이어져 온 중국 당국의 한자녀 정책으로 외동으로 자라온 인구가 나이가 들면서 형제·자매 없이 노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중년층이 됐다. 또 비혼 비율이 높아지고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고독과 우울증이 만연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 외신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을 키움으로써 정신적 결핍을 해소하려는 기류가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중국의 반려동물산업보고서에 따르면, 반려견을 키우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명 중 1명은 정신건강을 위해 동물을 키운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대비 20% 급증한 수치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수도인 베이징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애완견 '조조'가 죽은 뒤 베이징에서 애견장례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리차오씨는 "베이징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은 일자리를 위해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이라며 "자신의 유일한 가족인 반려동물의 장례를 위해 애견인들은 한 번에 1000달러 이상을 기꺼이 지출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에서 고양이를 위한 고급호텔 '캣츠 빌라'를 운영하고 있는 지나 구오씨는 "오랜 우울증과 불면증을 앓아 잠을 자지 못했는데, 고양이를 키운 뒤 증상이 나아졌다"고 밝혔다.
중국 보건당국도 이같은 사회현상을 파악하고, 지난 7월 중국의 정신건강 개선 캠페인인 '건강한 중국 이니셔티브(Healthy China Initiative)'를 시작했다. 중국 보건당국은 이미 중국 내 수천만 명이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봤다. 또 예방 및 치료책 마련으로 2030년까지 정신건강상태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