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은 모두 엇비슷하고 가축화할 수 없는 동물은 가축화할 수 없는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이 문장에서 몇 마디만 바꾸면 바로 톨스토이의 위대한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유명한 첫 문장이 됩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여기서 톨스토이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결혼 생활이 행복해지려면 수많은 요소들이 성공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서로에게 매력을 느껴야 하고 경제적 상황, 자녀 교육, 인척 등등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합의하고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행복에 필요한 많은 요소들 중에서 어느 한 가지라도 어긋난다면 그 나머지 요소들이 모두 성립하더라도 그 가족은 불행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 법칙을 확대하면 결혼 생활뿐 아니라 인생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우리는 흔히 성공에 대해 한 가지 요소만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설명을 찾으려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어떤 중요한 일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수많은 실패 원인들을 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은 인류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동물의 가축화에 대해서도 설명해 줍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얼룩말이나 페카리(precare, 열대 아메리카사 멧돼지)처럼 가축화에 적합해 보이는 수많은 대형 야생 포유류 가축화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가축화된 대형 포유류들은 인간사회에서 담당했던 여러 가지 결정적인 역할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이 가축들이 고기, 유제품, 비료, 육상 운송, 가죽, 군대의 공격용 탈것, 쟁기를 끄는 힘, 털, 그리고 노출된 적이 없는 부족들을 축일 수 있는 병원균 등을 제공한 것입니다.
물론 가축화된 소형 포유류, 조류, 곤충 등도 인간에게 유용했습니다. 중국에서는 닭, 유라시아사의 여러 지역에서는 여러 가지 오리나 거위류, 중앙 아메리카에서는 칠면조, 아프리카에서는 뿔닭, 남아메리카에서는 사향물오리 등이 각각 가축화되었습니다.
유럽에서는 이리가 가축화되어 개가 되었습니다. 가축화된 개는 수렵견, 번견, 애견은 물론 일부 사회에서는 음식으로도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구별을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코끼리는 길들여지기는 했지만 가축화되지는 못했다는 점입니다. 코끼리는 야생 상태에서 생포에서 길들였을 뿐 감금 상태에서 번식시킨 것은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가축화된 동물이란 인간이 번식과 먹이 공급을 통제하는 동물. 즉 감금상태에서 인간의 용도에 맞도록 선택적으로 번식시켜 야생 조상으로부터 변화시킨 동물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