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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의 역사
  • 김준동 기자
  • 등록 2022-02-11 13:32:40
  • 수정 2022-02-11 13: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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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다이어트 콜라, 다른 손에 고지방 햄버거를 든 현대인의 역설은 다이어트를 일상이자 종교로 만들었다. 지금까지 개발된 다이어트 방법만 3만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일본 저술가 운노 히로시는 최근 국내에 번역·출간된 '다이어트의 역사'에서 "다이어트는 근대적이고 여성적이며 미국적인 현상"이라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중세 시대에도 대식가를 죄인으로 여겼지만, 과도한 쾌락을 경계하라는 주문이었을 뿐 마른 몸매를 이상적으로 여기지는 않았다. 근대 이전까지 다이어트는 오히려 남성의 문제였다. 너무 살이 찌면 갑옷을 입을 수 없고 군인이자 남성으로서 체면이 깎이기 때문이었다.

오늘날과 같은 개념의 다이어트가 등장한 때는 19세기 후반이다. 필요한 양보다 많이 먹을 수 있게 되면서 살찐 사람을 경멸하는 풍조가 생겨났다. 1900년께부터 미국 곳곳에 체중조절을 위한 체육교실이 문을 열었고 신문에 살 빼는 약 광고가 실렸다.

저자는 이같은 변화에 넓은 영토가 한몫했다고 본다. 자가용이 보급되기 전 미국 사람들은 주로 통신판매로 옷을 사 입었다. 그러나 옷의 특성상 분쟁이 많이 발생했고, 업체들은 사이즈 기준을 정해 옷을 만들었다. 저자는 "기성복을 구매한다는 건 대형 의류회사와 백화점 등이 정한 사이즈 체계에 편입된다는 뜻"이라며 "사람들은 몸매 줄 세우기에 싫든 좋든 순응해야 했고, 살찐 몸인지 아닌지를 가치 체계의 기준으로 받아들여야 했다"고 말한다.

전쟁은 비만을 도덕의 문제로 치환하고 다이어트 문화에 불을 붙였다. 전시배급이 이뤄지면서 뚱뚱한 사람은 비애국자로 매도당했다. 건강한 식생활은 애국자의 의무가 됐고 '군대식 다이어트'가 유행했다.

매스미디어와 다이어트 산업이 마른 몸매를 향한 강박을 부추긴 끝에 거식증이 새로운 질병이자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이어트는 더이상 수단이 아닌 목표로 여겨지기도 한다. 저자는 "다이어트 열망은 인간의 자연적이고 본능적인 생활양식이 아니고, 보편적이라기보다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관념"이라며 "우리는 왜 먹는지, 왜 다이어트를 하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게 됐다"고 지적한다.

운노 히로시 저/탐나는책/ 서수지 약/ 329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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