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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그 자체에는 죄가 없다. 공평하고 올바른 사회를 갈구하는 열망 또한 잘못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공정 담론은 그저 '공정한가' '공정하지 않은가'를 헛돌고 있다."
책 '공정 이후의 세계'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여성할당제, '이대남' 논란 등의 사례를 통해 한국 사회의 화두인 '공정 담론'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공정성 모델은 개인의 노력과 경쟁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 구조적, 역사적 불평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모두가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하고 따라서 내가 부당하게 손해 보지 않아야 한다는 요구는 얼핏 정당하고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책의 저자 김정희원 애리조나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런 식의 '공정'은 사회 전반에 걸쳐 적용되어야 할 보편적 가치, 또는 사회정의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 원리로서의 공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청년 세대의 '공정하지 않다'는 외침은 종종 자신이 느끼는 부당함, 억울함, 박탈감 등의 감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청년 세대가 공정한 경쟁과 능력주의 신화에 열광하는 이유가 사회경제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각자도생의 시대, 불안정성에 대한 개별적 반격의 일환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에 대한 맹신은 되레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차별과 불평등을 외면하고 심화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소모적인 공정 논란을 딛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비전도 엿볼 수 있다.
김정희원 지음 / 창비 /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