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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혈액형은 7가지”…동물헌혈센터 생긴 이유
  • 이소영 기자
  • 등록 2022-09-02 11:56:40
  • 수정 2022-09-02 11: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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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혈은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에게도 유용한 치료법 중 하나다. 

현재 국내에서 동물 혈액은 대부분 공혈 동물(혈액 제공용 동물)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공장형 사육시설, 매혈 논란 등 윤리적 문제가 제기된 데다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서울 광진구 건국대 동물병원 안에 자리 잡은 'KU 아임도그너(I'M DOgNOR) 헌혈센터'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지난달 18일 공식 개원한 아시아 최초의 반려동물 헌혈센터다. 아임도그너는 건국대가 2019년부터 현대자동차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반려견 헌혈 캠페인이다. 현대차는 센터 건립과 헌혈 문화 확산을 위해 5년간 10억원을 후원하기로 했다.

센터는 헌혈 동물에 대한 처우 개선, 헌혈을 기반으로 한 전국 단위의 반려견 혈액 공급망 구축 등을 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한현정 초대 KU 아임도그너 헌혈센터장은 "건국대 동물병원은 센터 출범 전부터 원내 헌혈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매달 10건 이상 발생하는 수혈 치료를 해왔다"면서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센터를 혈액 공급의 허브로 구축하고, 지역병원 등에서 수혈받지 못해 생명을 잃는 반려견들을 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건국대 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학과 전담 교수이기도 한 그는 현장 경험을 근거로 헌혈견 제도화를 꾸준히 주장해왔다.

센터는 반려동물 중에서도 개에게 초점을 맞춰 헌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헌혈 동물이 감내해야 할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마취를 최소화하고자 내린 결정이다. 개는 마취하지 않아도 피를 뽑을 수 있지만, 고양이는 민감하게 반응해 마취가 필요하다. 센터는 수혈 대상 고양이와 동거하는 헌혈묘를 대상으로 보호자 동의가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고양이의 헌혈을 진행한다. 소나 돼지, 말 등 산업 현장에서도 많이 쓰이는 동물은 대동물 전문병원이 별도로 있어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헌혈은 1~8세 연령대에 체중이 25㎏ 이상인 대형견만 할 수 있다. 홈페이지 등을 통해 헌혈 일자를 결정하면 채혈 당일 건강검진을 포함해 약 한 시간에 걸쳐 헌혈 적합성을 판단하고 진행한다. 한 번 채혈할 때 뽑는 피의 양은 320㎖ 안팎이다. 하한선이 있어 150㎖ 이하면 헌혈에 아예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실제 피를 뽑는 시간은 10분 남짓이다. 센터는 추출한 혈액을 원심분리기 등을 통한 후처리 작업을 거쳐 혈장, 적혈구 등 성분별로 분리·보관한다. 헌혈은 1년에 1~2회 참여하는 것을 권장한다. 적혈구 등 개의 혈액 성분이 재생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최대 한 달 남짓이라 생물학적으로는 세 달에 한 번 간격도 가능하지만, 전체 헌혈 과정이 견주와 헌혈견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어 세운 방침이라는 설명이다.

반려견의 헌혈에서 혈액형은 인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주요 고려 사항이다. 대부분의 개는 사람과 달리 자연 발생 항체를 갖고 있지 않아 첫 수혈에서는 항원항체반응 등 이상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수혈을 한 번이라도 받았다면 수혈받은 혈액에 대해 항체가 형성되기 때문에 이후 수혈할 때는 반드시 수혈교차반응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개 적혈구 항원(DEA)에 따라 분류하는 개의 혈액형은 현재 7종류 이상이다. 고양이는 3종류의 혈액형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 센터장은 당장의 과제로 헌혈견 모집 확대를 꼽았다. 영국, 폴란드 등 반려동물 헌혈센터가 활발하게 운영되는 국가와 같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기반시설 구축과 함께 시민들의 호응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센터는 이를 위해 헌혈견 진료비 할인, 수혈 시 관련 비용 면제, 헌혈견 건강검진과 다양한 선물 등을 제공하고 혜택을 늘릴 방침이다. 그는 "320㎖ 용량 헌혈팩 하나면 소형견 4마리에게 수혈할 수 있다. 반려견의 헌혈을 두고 일각에서는 인간의 편의를 우선한 것 아니냐고 되묻지만 건강한 반려동물 문화 구축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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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펫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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