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지구를 구할 여자들
  • 이소영 기자
  • 등록 2022-10-06 13:14:12
  • 수정 2022-10-06 13:14:35
기사수정
   
 

핵무기가 등장하고 인류가 달까지 정복한 1960년대 말까지도 바퀴 달린 가방, 캐리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고작 가방에 바퀴만 달면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데도 사람들은 무거운 가방을 불평 없이 들었다. 불편을 감수한 건 기술 부족 때문이 아니었다. 남성중심적인 문화 때문이었다.

당시만 해도 서구에선 '진정한 남자는 무거운 짐을 직접 든다'는 사회적 인식이 팽배했다. 여성들은 '짐을 들어 줄 남자 없이 여행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이런 고정 관념 탓에 여성들은 자유로운 여행도 할 수 없었다.

성차별이 기술 발전의 발목을 잡은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최근 너나 할 것 없이 미래 먹거리로 손꼽고 있는 전기차도 19세기 말 성차별 문화 속에 한때 사장된 기술이었다.

19세기 말부터 전기차는 이미 유럽과 미국 대도시를 달리고 있었다.

시동 걸기 껄끄럽고 시끄러운 휘발유 차는 남성에게 인기가 높았던 반면, 편리하고 안전한 전기차는 여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이런 '여성적' 이미지가 발전에 독이 됐다. '여자들이나 타는 차'라는 멸시 속에 사회 주류 세력에게 외면받으면서 전기차 기술은 100년 가까이 멈춰 섰다.

캐리어와 전기차뿐 아니다. 사회적 편견과 차별 속에 좌초된 기술과 발명품은 많다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스웨덴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기술 발전의 역사에서 인류의 발목을 붙잡아 온 편견과 차별을 파헤치며 남성 중심의 과학기술사를 전복한다.

저자는 인공지능(AI)에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기후 위기를 예방하려면 여성과 기술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근본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카트리네 마르살 저/ 김하현 역/ 부키/ 392쪽/ 1만8천원.

0
마이펫뉴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