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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번역기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한국어 사용자가 자주 쓰는 단어인 '정'(情), '한'(恨) 등의 단어를 외국어로 옮기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 단어들 안에는 한국인이라면 모두 어렴풋하게나마 공유하는 고유의 정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언어를 익힌다는 건 어쩌면 그 나라 사람의 정서와 마음을 익히는 일인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 저자는 체코어를 금세 잃어버렸다. 그러나 아버지의 죽음을 기점으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체코어를 공부하기 시작한다.
조금씩 조금씩, 저자는 체코어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체코어를 다시 배우는 건 몸 안에서 잠자고 있던 세포를 깨우는 과정과 같았다.
"내가 잊었다고 믿었던 언어의 많은 부분이 사실 잊힌 게 아니었고, 많은 부분이 단지 다른 언어들의 먼지와 파편 밑에 오래 묻혀 있었을 뿐이었다."
결국 어떤 언어를 '잊는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저자는 깨닫는다. 언어란 자신을 둘러싼 문화와, 자신의 성장 과정과 깊이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5개 국어를 사용하는 언어 심리학자인 저자는 각 언어가 가지는 역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그 자체로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말한다.
줄리 세디비 저/ 김혜림 역/ 지와사랑/ 344쪽/ 1만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