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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가족제도를 낱낱이 해부한다.
김지혜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가 4년 만에 두번째 저서 ‘가족각본’을 출간했다.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사회’와 ‘구조’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꼬집어 눈길을 끈다.
‘가족각본’은 다양한 연구와 판례, 역사를 오가며 익숙한 세계에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는 왜 결혼을 출산의 필수조건이라고 여기고, 성별이 같은 사람과는 가족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 걸까. 김 교수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한국인의 삶을 세세하게 규율하고 있는 구조를 꺼내보인다.
책은 태어나면서부터 부여받는 ‘딸’ 또는 ‘아들’로서의 역할과 성인이 되자마자 어깨를 짓누르는 ‘아내’와 ‘남편’, ‘어머니’와 ‘아버지’, ‘며느리’와 ‘사위’의 무게를 짚는다. 성별이 바뀌면 호칭을 넘어서 관계와 기대마저 바뀐다는 사실 또한 섬세한 펜촉으로 기술하고 있다. 김 교수는 혼란을 원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뿌리박힌 공식을 낯설게 바라보는가하면, ‘익숙함’과 ‘염려’라는 핑계를 방패삼아 공고하게 유지해온 장치들의 정체를 하나씩 벗긴다. 이어 ‘가족제도’가 가부장제에서의 성별 위계와 분업, 사람을 노동력으로 바라보고 재생산을 통제하는 국가권력, 가족 및 불평등의 계급과 긴밀하게 연결 돼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우리를 규정짓고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차별과 혐오를 강화하는 ‘가족’. 그는 이러한 가치가 과연 누구를 위해 유지되고 있는지도 넌지시 전한다.
김지혜 교수는 작가의 말을 통해 “다양한 가족의 현실과 변화에 따라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인식을 변화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가족각본에서 해방되는 길”이라며 “이제 우리, 가족 각본을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에서 소수자, 인권, 차별에 대해 가르치고 연구한다. 일상 속의 혐오를 추적한 전작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김지혜 저/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