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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말과 글에는 근원이 있다. 예컨대 쓸데없이 참견할 때 쓰는 '오지랖 넓다'는 말은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 앞자락을 가리키는 오지랖과 관련해서 쓰이게 됐다. 오지랖이 넓으면 다른 옷도 덮을 수 있기에 이런 모양이 남의 일에 간섭하는 사람의 성격에 빗댄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평소 무심코 사용하는 말들의 뿌리를 찾아 나선다. 의외의 어원을 가진 낱말, 자주 쓰는 한자어 중 어원을 알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단어를 선별해 소개한다.
술병 나부랭이, 안주 나부랭이 등 흔히 ‘나부랭이’라고 하면 어떤 물건이든 하찮은 것처럼 여겨진다. 왜 그럴까? 원래 ‘나부랭이’는 ‘종이나 헝겊 따위의 자질구레한 오라기’를 이르는 말이다. ‘오라기’는 실, 헝겊 따위의 가늘고 긴 조각을 뜻한다. 종이 나부랭이나 헝겊 나부랭이는 온전한 형체가 아닌 부스러기임을 알 수 있다. 하여 나부랭이란 물건이나 사람을 낮잡아 말할 때 쓰게 됐다.
예부터 강원도에는 건축재로 쓰기에 적합한 나무가 많았다. 서울까지 육로는 산이 많고 길도 험한지라 강원도 정선 아우라지에서 뗏목을 이용해 물길 따라 한양까지 운반했는데, 사실 그 일도 만만치 않았다. 동강(東江)에 거친 여울이 많아 사고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하여 뗏목꾼은 목숨을 건 채 벌목한 나무들을 운반해야 했고, 그 대가로 상당한 액수의 두둑한 수고비를 받았다. 이에 연유하여 ‘떼돈’이라는 말이 생겼다.
쑥의 뿌리는 길고 굳세어 농경지나 주거지역을 침범하고 쉽게 퍼진다. 다른 작물이 자라기 힘들 정도로 쑥의 번식력은 강하다. 그래서 폐허 또는 황무지가 된 것을 일러 ‘쑥대밭’이라고 말하게 됐다. ‘쑥대밭이 되었다’란 쑥이 무성하게 자라 못 쓰는 땅이 되었다는 의미이며, 쑥대밭을 줄여서 ‘쑥밭’이라고도 말한다.
박영수 저/ 사람in/ 320쪽/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