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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선비, 우정을 논하다
  • 편집부
  • 등록 2023-12-01 11:10:44
  • 수정 2023-12-01 1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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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출신의 예수회 소속 선교사 마테오 리치와 마르티노 마르티니가 16세기 말과 17세기 중반 각각 중국에 파견돼 벗과 우정을 주제로 한 서양 격언을 엮어 한문으로 출판한다.

'교우론'(交友論)과 '구우편'(求友篇)이다.

교우론은 벗과 교유(交遊)하는 것에 대해 논한 것이라면, 구우편은 참된 벗을 사귀는 방법을 묻는 적극적인 내용을 담은 책이다.

두 선교사는 초기 서학(西學)을 중국에 소개하고, 한학(漢學)을 서양에 소개하는 데 선구자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교우론은 성경이나 가톨릭 성인의 말을 거의 인용하지 않은 대신 키케로, 아우구스티노스, 아리스토텔레스 등 그리스 철학자, 로마시대 현인 등이 우정에 관해 남긴 잠언과 격언의 원문을 가감해서 정리했다.

참된 벗과 가짜 벗의 구별은 어떻게 하는지, 좋지 않은 벗의 해로움과 좋은 벗의 유익함은 무엇인지 등에 관해 100개의 짧은 문장을 순서 없이 나열한 것이다. 논어를 읽는듯한 느낌을 준다.

교우론은 18세기 후반 조선에 전파돼 연암 박지원이 주도적으로 조명하는 등 중국과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식인에게 우정 담론을 전파하는 기폭제가 됐다.

마르티노 마르티니는 마테오 리치의 활약에 영감을 얻었지만, 그보다 61년 늦게 중국에 발을 디뎠다. 구우편은 교우론과 달리 성경과 성인 어록의 인용 빈도를 높이고 분량도 크게 늘렸다.

마테오 리치는 중국 고전의 시문, 산문 등 속에 우정과 벗에 대한 신의, 만남과 작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고 우정이라는 주제를 천주교 전파의 방편으로 활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마테오 리치·마르티노 마르티니 저/ 정민 역/ 424쪽/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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