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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고양이 시점
  • 편집부
  • 등록 2024-03-06 09:27:42
  • 수정 2024-03-06 09:2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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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경계 하던 고양이가 어느날부터 집사에게 ‘개냥이(개처럼 애교가 많고 사람을 잘 따르는 고양이)’가 돼 자신의 배를 보이거나, 엉덩이를 들이민다. 때로는 도도하게 굴지만, 살갑게 다가온다. 고양이는 지금의 모습과 달리 허스키한 울음소리, 긴 다리, 동족과의 만남을 피해 쓸쓸히 거닐던 고독한 야생의 포식자였다. 인간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침내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매혹했을까.

영국의 고양이 행동과학자인 저자가 낸 신간 ‘전지적 고양이 시점’은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했던 고양이 언어를 통해 이에 대한 답을 내놓고 있다.

인간 중심 세계에서 고양이들에게도 고난이 따랐다. 역사적으로 고양이에게도 수난 시대가 있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가 되어 신에게 바쳐지고, 13세기 유럽에서는 마녀를 돕는 조력자로 몰려 억울하게 화형당했다. 영국에서는 흑사병의 원인으로 오해받아 무자비하게 학살당하는 등 수많은 수난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살아남은 고양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언어를 개발해, 인간 세계에서 생존해왔다. 인간이 농경을 하면서 둘의 공생 관계가 이어졌다. 고양이는 인간 도움으로 마을에서 언제든 먹이를 구할 수 있고, 인간은 고양이 덕에 천적인 쥐를 내쫓게 됐다.

저자는 수십 년에 걸친 과학자 연구에 기초한 문헌연구와 관찰을 통해 집사들이 자신의 고양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시한다. 저자는 고양이가 주변의 일에 무심하고 혼자 지내려고만 한다는 편견과 달리 관찰력이 뛰어나고,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알린다. 또한 수다스럽게 움직이는 꼬리와 쫑긋거리는 귀, 부드러운 야옹 소리와 애교스러운 몸 비비기는 모두 고양이가 인간과 함께하며 개발한 ‘언어’라고 부연한다.

이 책은 인간 중심이 아닌, 전지적 고양이 시점에세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한다. 인간이 고양이라는 동반자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고양이가 인간을 포기하지 않은 덕분이기도 하다. 고양이는 집사의 표정을 보고 감정을 알아맞히기도 하고, 교감한다. 인간의 표정에서 주관으로 마음을 읽으려고 한다. 이 책은 단순히 집사가 갖춰야 할 흔한 행동양식이나 교훈을 주는 목적으로 나온 것은 아니다. 집사들은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이해하기 어려웠던 고양이들의 노력, 그리고 인간을 향한 사랑을 알게 될 것이다. 고양이 삽화가 이해를 돕는 데 도움을 준다.

세라 브라운 저/ 고현석 역/ 메디치미디어/ 352쪽/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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