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펫뉴스=김진성 ]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투르크메니스탄 순방 당시 선물 받은 반려견 ‘해피’와 ‘조이’ 두 마리가 결국 윤 전 대통령 사저가 아닌 서울대공원 동물원 견사에 정착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이른바 ‘풍산개 국가 귀속’ 논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강아지는 아무리 정상 간이라고 해도, 키우던 주인이 계속 키워야 한다”고 말했지만 비슷한 결론이 난 것이다.
해피와 조이는 지난해 6월 생후 40일 무렵 한국에 들어온 뒤 약 5개월간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머물다 같은 해 11월 과천 서울대공원 내 견사로 옮겨졌다. 알라바이는 견종 특성 상 최대 몸무게가 90∼100㎏까지 나가는 대형견으로, 생후 6개월 이후부터는 다른 반려동물과 분리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았다는 것이 당시 대통령실의 설명이었다. 현재 해피와 조이는 전담 사육사들이 돌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이달 초 파면 후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사저로 알라바이견들을 데려갈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으나 불발되면서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계속 돌보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할 당시 마찬가지로 ‘대통령기록물’이었던 풍산개 두 마리의 거취에 대해 “(강아지는) 일반 선물과는 다르다”며 돌보던 보호자가 계속 돌봐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文 ‘풍산개 논란’의 단초…외교 선물로 받은 동물은 ‘국유 재산’=현행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외국 정상에게 받은 동물은 ‘국유 재산’으로 분류돼 개인이 입양할 수 없다. 대통령이 직무 중 받은 선물은 동·식물을 포함해 모두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되며, 직무가 끝나면 원칙 상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해야 하지만 이곳에서 동·식물을 키우지 않는 데다 관련 규정도 없다. 이 조항은 문 전 대통령 퇴임 당시에 발생한 풍산개 국가 귀속 논란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국가원수 자격으로 선물 받은 풍산개 ‘곰이’와 ‘송강’ 2마리를 관저에서 돌봐왔다. 그러다 2022년 퇴임 전 ‘대통령선물’인 풍산개들의 사육을 문 전 대통령 개인이 위탁하는 협약이 추진됐으나, 필요한 위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들기 위한 시행령 추진을 둘러싸고 이견이 나왔다. 또 대통령기록물을 외부로 반출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행정안전부와 법제처가 반대하면서 이행되지 못했다. 이후 문 전 대통령은 곰이와 송강이를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했고 ‘파양’ 논란이 일었다. 논란 끝에 곰이와 송강이는 대통령기록관이 대여해 넘겨주는 형식으로 광주 우치공원 동물원의 돌봄을 받게 됐다. 두 풍산개는 대통령기록관이 반환을 요구하지 않는 이상 우치공원에 머무를 전망이다.
◇사육 비용 지원 ‘無’…결국 서울대공원 자체 예산으로=2022년 3월 29일 신설된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 조항에 따르면 대통령선물이 동물 또는 식물 등이어서 다른 기관에서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것인 경우에는 다른 기관의 장에게 이관해 관리하게 할 수 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과 우치공원 동물원이 알라바이견과 풍산개를 돌보게 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다만 대통령기록물법과 시행령에는 동식물 이관 시 사육 비용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자체 예산을 들여 해피와 조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동물원들이 사육 책임을 떠안는 일을 방지하는 것과 더불어 ‘외교 선물’로 전락한 동물들의 처우를 개선하고자 관련법 개정안이 지난해 9월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에서 계류 상태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 12인은 동물 외교를 지양하자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해 9월 4일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대통령 선물로서의 동물 수령을 자제하고 부득이할 경우 적절한 보호와 관리를 위한 국가적 노력을 명문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 의원은 “상대국에 동물을 선물하는 ‘동물 외교’는 외교 관행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며 “이전 사례로 봤을 때 동물을 선물받았을 경우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민간에 입양 보낼 수 없어 동물원에 이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동물의 경우 인간과 교감하고 사회적 관계를 맺으려는 본능이 강하거나 주위 환경 변화에 취약해 동물원에 전시하거나 공공기관으로 보내는 것은 가혹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개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