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함께 나가는 산책길이 저렇게 꼬리를 격렬하게 흔들 정도로 행복한 일인가?’
영국 출신 철학자 마크 롤랜즈 마이애미 대학교 교수는 반려견 ‘섀도’에게 산책을 가자고 말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이다지도 행복한 일인가 하는 의문이다. 그는 신간 ‘네 발의 철학자’에서 반려견과 함께하며 알게 된 개의 삶에서 행복의 단순한 원리를 찾아낸다.
고대 그리스 이후 인간은 언제는 동물보다 행복하다는 믿음을 굳건히 지켜왔다. ‘성찰’하는 인간은 주변의 자극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동물들보다 행복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철학자들 사이에서 수백 년간 이어졌다.
하지만 저자는 반복되는 일상에도 변함없이 기뻐하는 개를 보며 성찰하는 삶보다 개처럼 몰입하는 삶이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보통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의 형벌(언덕에 큰 바위를 올려놓는 일을 매일 반복하는 일)을 두고 이보다 더 불행한 일은 없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섀도는 시시포스처럼 매일 공원 언덕에서 이구아나 떼를 몰아낸 후 다음 날 다시 그 장소에 이구아나가 몰려있는 것을 봐도, 같은 일을 반복해야 한다는 불행함보다 이 일을 또 할 수 있다는 행복감으로 가득 찬다. 즉 본성에 맞는 일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면 매일 반복하더라도 불행하지 않다는 것. 인간처럼 성찰을 굳이 하지 않는 삶이라도 단순히 ‘살 만하다’는 의미를 넘어 오히려 더 가치 있을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인간의 행복을 논할 때 늘 나오는 자기 인식, 자유, 도덕성, 이성 등 철학적 개념 역시 인간뿐 아니라 개와 같은 동물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거울 실험이나 후각 실험 등의 결과를 보면 개 역시 관심이 없을 뿐이지 자기 인식 능력은 존재한다. 도덕성 역시 공감과 억제라는 두 가지 작동 기재를 통해 존재한다. 저자는 이성 역시도 개가 인간의 이성을 수단 삼아 원하는 바를 얻는 방식으로 사용법이 인간과 다를 뿐 이성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성찰하지 않는 개는 오직 주체로서 삶을 살아간다. 인간처럼 자신을 실제로 삶을 사는 주체와 스스로를 관찰하는 객체로 나누어 두 개의 삶을 살지 않는다. 그래서 주변 환경을 성찰, 혹은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 그 상황에 몰입한다. 덕분에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내며 삶 자체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생 ‘성찰’, ‘이성’의 개념과 씨름해 온 철학자인 저자는 견생(犬生)이라는 창을 통해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면 잃어버렸던 인간의 본성과 삶의 가치를 되찾을 수 있다고 나지막이 말한다.
마크 롤랜즈 저/ 강수희 역/ 추수밭/ 296쪽/ 1만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