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펫뉴스=편집부 mypetnews@hanmail.net]
일본 사람 특징을 이야기할 때 흔히 ‘혼네’와 ‘다테마에’가 있다고 한다. 혼네는 속마음, 다테마에는 속마음과 다르게 드러내는 ‘겉’이다. 교토 사람이 집에 놀러 온 사람한테 “부부즈케(밥에 따뜻한 녹차를 부어 먹는 음식) 먹을래요?”라고 하면 ‘슬슬 집에 가라’는 뜻이란다. “라면 먹고 갈래?”가 “자고 갈래?”라는 의미로 통하는 한국과 극과 극이다.
일본 아사히신문 문화부 기자 출신으로 10년 넘게 한국에서 활동하는 저자는 일본이 하나의 정체성은 아니라고 말한다. 모든 것이 서울에 집중된 한국과 달리, 일본은 중앙집권화가 된 지 200년이 채 안 됐다. 도도부현 47곳이 각기 다른 정체성과 개성이 있다는 얘기다. 교토 사람들이 완곡어법을 주로 사용한다면, 오사카 사람들은 직설적이라 한국인과 좀 더 닮았다.
서양 사람들은 일본인 하면 사무라이를 떠올리지만, 사실 일본인의 성향을 말할 때 사무라이보다 농민이 더 적합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에도시대에도 무사(사무라이)는 인구의 10% 미만이었고, 인구의 대다수는 농민으로 85%를 차지했다. 일본에는 ‘무라하치부(村八分)’라는 말이 있다. 마을 공동체의 질서를 어긴 사람을 왕따시키는 일을 가리킨다. ‘공기를 읽다(空氣を読む)’라는 표현도 있다. ‘분위기를 파악한다’는 뜻인데, 역시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으로 하는 가치관이다. 일본인들이 어릴 때부터 “폐를 끼치면 안 돼”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듣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저자는 한일 양국을 오가며 쌓은 경험을 담아 양국 간 정서의 차이를 알기 쉽게 들려준다. 식민 지배 사과, 자이니치 차별, 천황의 전쟁 책임 같은 일본인으로서 민감한 얘기도 솔직하게 꺼낸다. 일본과 일본인이 궁금한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나리카와 아야 저/ 틈새책방/ 480쪽/ 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