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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과체중과 임신중독증으로 고생하다 사흘 동안 계속된 진통 끝에 제왕절개로 첫 아이인 프레이저를 낳는다. 하지만 아이가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갓 태어난 아이는 마치 심술이 난 것처럼 악을 쓰며 울어댔고, 아무리 달래도 좀처럼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게다가 몸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18개월이 될 때까지 바닥에 누워있기만 했다.
아이에게 자폐증과 근긴장 저하증이라는 복합 장애가 있다는 진단을 받고 나서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루이스는 그때부터 프레이저에 관한 일이라면 하지 않는 일이 없었다. 도전적이고 불안정한 감정을 수시로 표출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누구와도 교감이나 소통을 하지 않으려는 프레이저를 안정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아이에게 맞추었다. 하지만 이러한 눈물겨운 노력에도 아이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하지만 프레이저가 동물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된 루이스는 아이의 친구가 되어 줄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결심한다. 한 때 버려졌던 길고양이 빌리를 고양이 보호소에서 소개해 주었고, 프레이저와 빌리의 첫 만남은 예사롭지 않았다. 낯가림이 심했던 프레이저가 먼저 다가갔고, 주인에게 버림받았던 빌리도 가르랑 거리며 오랜 친구처럼 아이에게 앞발을 걸쳤다.
“빌리는 프레이저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될 거야.”
루이스는 고양이를 만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프레이저가 한 이 말을 흘려들었지만, 일주일 후 빌리가 집에 오고 나서 이 말의 의미를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길고양이의 습성을 지닌 빌리는 집 밖을 돌아다니다가도 어떻게 알았는지 프레이저의 감정이 폭발하거나 어려운 상황에 놓일 때면 어김없이 나타났다. 아이가 귀를 막고 서서 고함을 지르고 있으면 빌리는 아이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묵묵히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심지어 아이를 달래기라도 하듯이 꼬리로 쓰다듬어 주기까지 했다. 마치 프레이저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만 같았다. 프레이저가 식사를 하거나 잠자리에 들 때도 홀연히 나타나 아이의 곁을 지키며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것도 이제는 빌리의 몫이 되었다.
프레이저를 향한 빌리의 이러한 행동들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아이를 변화시켰다. 프레이저가 감정이 급변하여 소리를 지르거나 고집을 부리는 행동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혼자서 하는 일들이 하나둘씩 늘어갔다. 자기 세계에 갇혀 전혀 나올 줄 몰랐던 프레이저는 빌리라는 든든한 버팀목 덕분에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유달리 애착을 가졌던 물건들에도 더 이상 집착하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과도 조금씩 어울리고 자신의 의사를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아주 작고 사소한 변화들이었지만 조금씩 쌓이며 프레이저는 몰라보게 다른 아이로 성장했다.
모두들 프레이저가 일반학교에 진학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는 결국 평범한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프레이저가 정신적이고 신체적인 어려움을 모두 극복할 수는 없겠지만 고양이 빌리가 옆에 있는 지금은 아이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만은 않게 되었다.
또한 활기 넘치고 개성이 강한 고양이 빌리는 미래를 계획할 수도 없었고, 꿈과 희망을 포기한 채 그저 하루하루의 삶에 지쳐가던 프레이저 가족에게 그동안 잊고 있었던 귀중한 웃음과 행복을 다시 되돌려 주었다.
프레이저와 빌리의 남다른 우정과 교감은 이들이 사는 지역사회를 넘어 영국 전역에 알려지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해 주었다. 프레이저의 엄마인 루이스는 이 책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쳤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가슴 뭉클하고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자폐증 아이와 작은 길고양이 한 마리가 나눈 우정은 지금 이 순간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 갇혀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