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개’도 빌리는 시대가 왔다.
인터넷을 통한 애견 대여(렌털) 서비스가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애견 렌털'은 고객이 신청한 시간대에 개를 빌려주는 서비스다. 대여 비용은 보통 2박3일에 5만원, 일주일에 7만원대다. 시간당 1만원에 대여하거나, 한 달 이상 장기 대여도 한다.
"개를 빌려 드립니다! 10개월 된 순백색 몰티즈 애교 9단의 암컷입니다." "티컵 강아지 애플! 스티브 잡스처럼 장난기가 많아요." 애견 대여업체의 광고 문안이다.
애견 대여 서비스의 주 고객층은 주말에만 집에 있는 독신 직장인, 단기 체류 외국인 등이다. 직장인 김모(여·26)씨는 "평일에는 하루종일 집을 비워서 개를 키울 형편이 못 되었는데 대여견은 주말에 내가 돌봐줄 수 있는 시간에 함께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영어 강사로 1년 동안 한국에 머문 라이언 루이스(29)씨는 "한국에 있는 동안만 개를 키우고 싶어서 대여받았다. 개를 키우면 덜 외롭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부모나 형제의 반대로 개를 입양하지는 못하지만 잠시 동안이라도 개를 길러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인기다. 박모(여·18)양은 "아버지가 극구 반대해서 개를 못 키웠는데 며칠이라도 데리고 있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한 애견 대여 업체는 "하루에 최대 10여건의 문의 전화를 받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애견 대여'를 놓고, "개가 물건이냐"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충성심이 강한 개에게 2~3일마다 환경이 바뀌는 것은 심각한 정신적 학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물자유연대 정진아 활동가는 "모르는 사람에게 어린아이를 2~3일마다 돌려 맡기는 경우는 없지 않으냐"며 "많은 대여견이 스트레스로 인한 분리 불안 증상을 나타낸다"고 했다.
해외에서도 애견 대여 서비스는 있다. 2007년 미국에서 설립된 플렉스페츠(FlexPetz)는 첫 지점인 로스앤젤레스에 이어 뉴욕·샌프란시스코·시카고 등 10개 지점을 늘리며 미국 내 최대 애견 대여 업체로 성장했다. 주말에만 집에 있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주효했다. 전체 인구 1억2700여만명 중 1100만명이 애완동물을 기르는 일본에서도 애견 대여 서비스가 성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