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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안락사, 사회적 논의 필요하다
  • 김준동
  • 등록 2025-11-26 11: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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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펫뉴스=김준동 ] 

반려동물 안락사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 쉽게 꺼낼 수 없는 단어다. 동물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고, 스스로 '죽음'을 원하는지 확인이 어려워서다.

 

많은 사람들이 안락사를 당한 동물과 보호자를 걱정한다. 이 과정에서 힘든 사람은 또 있다. 안락사를 해야 하는 수의사다.

 

보호자가 아픈 강아지와 고양이를 안락사해야 하는지 물어보면 대다수 수의사는 난감해한다. 고민하는 보호자 앞에서 단어 하나 입밖으로 꺼내기도 조심스럽다. 이 때문에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강형욱 훈련사는 반려견 안락사 문제를 공론화한 바 있다. 그는 수의사에게 왕진을 요청해 마지막 살던 공간에서 레오를 떠나보냈다. 당시 레오의 주치의인 윤원경 수호천사동물병원 원장은 "아직 우리나라는 안락사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며 "때론 힘겹고 긴 고통을 병사할 때까지 참고 견디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오히려 가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최근 들어 중증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수의사들을 중심으로 집에서 안락사를 하거나 사람처럼 반려동물도 더 이상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때 호스피스 병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기쁨 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 고양이센터 원장은 "많은 보호자들이 죄책감을 안고 '사랑하는 반려묘를 언제 보내야 하는가' 질문을 한다"며 "하지만 고통을 줄이고 평화롭게 떠나게 하는 것은 사랑의 또 다른 형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쁨 원장은 "반려묘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일은 사랑의 연장선이다. 안락사는 '끝'이 아니라 고통 없는 평화를 선물하는 선택"이라며 "수의사와 상의해 충분히 준비하고 남은 시간 동안 따뜻한 손길과 부드러운 말로 작은 가족을 안아달라"고 조언했다.

 

안락사는 미국의 수의사에게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애니멀메디컬센터(Animal Medical Center) 오현 원장은 안락사를 요청받은 날이면 마음이 한없이 무겁다. 오현 원장은 "오후 5시에 퇴근하는 날이면 끝나기 20분 전에 오라고 한다"며 "안락사를 하고 나면 다른 환자를 보기 힘들어서 마지막 시간에 진료를 보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미국은 수의사가 존중받는 직업에 들어간다. 마냥 좋은 직업 같지만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도 있다. 수의사들의 높은 자살률은 단순히 직업 스트레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면서도 때로는 보호자 대신 '보내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다. 안락사 후 냉정하다는 오해와 비난을 받는 구조는 그들에게 깊은 상처로 남는다.

 

이제는 반려동물의 마지막 순간을 둘러싼 논의가 '죄책감'과 '숨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반려동물이 겪는 고통을 직시하고 그 존재가 평온하게 눈을 감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안락사는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지막 선택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의 무게를 홀로 짊어져 온 수의사들에게도 사회가 조금 더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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