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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따르면 남아와 여아의 차이에 대한 수많은 연구를 종합하는 메타 분석 결과 성별에 따른 차이보다 유사점이 훨씬 더 많았다. 특히 감정·언어·수학에서 젠더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몇몇 요소에서 차이가 있다고 나온 경우에도 ‘무시해도 될 수준’이다.
그런데도 남녀의 차이가 크다고 지각하는 건 인간의 심리적 특성이 빚은 결과라고 한다. 사람은 집단 간 약간의 차이만 있어도 서로의 차이를 극대화하게 돼 있어서다. 지은이가 학생들에게 임의로 빨간 티셔츠와 파란 티셔츠를 나눠준 뒤 “오늘은 빨강 팀이 잘했어”라는 식으로 구분을 짓는 실험을 해봤더니 아이들은 4주 만에 “파랑 팀은 빨강 팀만큼 똑똑하지 않아”라거나 “빨강 팀은 모두 그런 식으로 행동해” 같은 집단 간 고정관념을 형성했다고 한다. 마치 우리가 성별로 구분 짓고 단정하는 식으로 말이다.
인간은 무엇이든 범주화하는 능력을 갖추고 태어나며, 어떤 기준을 잡아 범주를 나누면 그에 대한 고정관념을 형성한다. 복잡한 세상에서 정신적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다. 게다가 성별은 눈에 띄기 때문에 가장 손쉽게 범주화할 수 있는 요소다. 지은이는 묻는다. 학교에서 ‘흑인-백인 순으로 서라’고 지시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왜 ‘남자-여자 순으로 서라’는 식의 라벨링에는 문제의식을 못 느끼느냐고.
평생 앙겔라 메르켈 총리만 보고 자란 독일의 남자아이들은 “남자도 총리가 될 수 있어요?”라고 묻는다고 한다. 성 편견 때문에 아이의 잠재력을 무시하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발달심리학을 어려운 용어 하나 없이 쉽게 풀어 설명하는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크리스티아 스피어스 브라운 지음/ 안진희 옮김/ 창비/ 1만5,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