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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거세 작전'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
  • 이소영 기자
  • 등록 2015-04-23 06:52:59
  • 수정 2015-04-23 06: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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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길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길고양이 거세 작전'(중성화 수술)을 펼치고 있지만 수술을 해주겠다는 수의사가 매년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2008년부터 길고양이를 포획해 생식 기능을 제거하고 풀어주는 사업을 진행해왔다. 시내 길고양이가 25만마리로 추정되고, 연간 1만여건의 길고양이 관련 민원이 접수되고 있어서다. 시와 구청은 50%씩 예산을 대 동물병원과 1년 단위로 중성화 수술 계약을 맺는데, 고정적 수입원이 생기는 사업임에도 수의사들이 나서지 않으려 하고 있다.

강북구는 올해 중성화 수술을 위탁할 동물병원과 아직 계약하지 못했고, 서초구는 참여 병원 수가 작년 4곳에서 올해 3곳으로 줄었다. 성동·중랑·성북·강동구 등은 기존에 중성화 사업을 같이했던 병원 중 일부가 올해 참여하지 않겠다고 해 새 병원을 찾는 데 3~4개월 걸렸다

이런 상황의 가장 큰 이유는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와 구청은 이 사업에 고양이 1마리당 13만~15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엔 고양이 포획, 중성화 수술, 3일간의 입원, 방사 작업 비용 등이 포함된다. 수의사들은 "집고양이의 경우 수술 후 3일간 입원하면 최소 30만원에서 많게는 60만원까지 받는데,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지원금은 터무니없이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는 1년에 5000~ 6000마리의 고양이를 중성화해야 하는 만큼 예산이 많이 들어 비용을 올려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올해 이 사업에 시가 배정한 예산은 5억3000만원으로 구청 예산까지 합치면 10억6000만원이 된다. 이 돈으로 수의사들 요구에 따라 마리당 30만원을 지급하려면 3500마리 정도밖에 수술해주지 못한다.

수의사들이 이 사업을 꺼리는 또 다른 이유는 '캣맘(cat mom· 길고양이에게 정기적으로 밥을 주며 관리하는 사람)'들의 민원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한 수의사는 "길고양이의 경우 야생성이 강해 수술 후 최대한 빨리 방사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덜 주는데도 캣맘들이 계속 입원시키라고 해 난감한 경우가 많다"며 "입원 시 환경이 바뀌어 고양이가 밥을 잘 안 먹거나 방사 후 수술과 상관없이 폐사하는 경우에도 캣맘들의 항의가 빗발쳐 힘들다"고 했다.

다른 수의사는 "2008년부터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에 참여했는데 그 사이 직원 3명이 항의 전화 받는 데 지쳐 일을 그만뒀다"며 "캣맘들에겐 의사가 냉정해 보이겠지만 의학적 판단을 신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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