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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 연산에는 40대 형제들이 운영하는 대장간이 있다. 신문 방송에 숱하게 나온 대장간이다. 그런데 이 대장간을 창업한 류영찬이라는 사람이 황해도 구월산에서 상제교를 믿던 사람이고, 1924년 상제교가 계룡산으로 본령을 옮기면서 함께 내려와 정착한 곳이 연산이라는 사실은 잘 모른다. 6.25가 끝나고 그때 거문도에서 풀려난 반공포로들이 계룡산으로 몰려와 정착하면서 대장간들이 성업했다는 사실도 잘 모른다. 그런데 알면, 여행이 재미있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여행길을 떠난 사람이라면 그 땅에 얽힌 이야기를 눈곱만치라도 알고 떠났으면 좋겠다”고. 그럼에도 ‘땅의 역사’라는 무게로 가슴을 압박하지 않는다. 무거운 역사지식 전달에만 치우치지 않았다. 인문 기행의 취지를 살리며 여행과 역사해설 중간쯤의 스탠스로 진솔한 여행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 땅과 이 땅에서 수 십년 살아온 사람들의 생생한 현장과 표정들이 시나브로 ‘나’를 여행으로 이끈다. 글과 사진에 휩쓸리다 보면 역사의 현장에서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어떻게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여행도 그런 것이다. 어떤 지역이 가지고 있는 내력과 사람의 이야기를 알면 알수록 더욱 솔깃하고 풍부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이 책 다 읽으면 이 명제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임을 새삼 실감한다. 들여다볼수록 여행 참 재미있게 다가온다.
박종인 저/ 상상출판/ 379쪽/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