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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벽의 '고양이' 민화 |
예쁘면서도 점잖게 어슬렁대며 움직이는 고양이는 하루에 고작 2시간만 움직이고 나머지 모든 시간을 아무것도 안하고 지낸다. 고양이가 하는 일이라고는 늘어지게 자거나 어딘가에 숨어서 자거나 그냥 앉아 있는 것이 하루 일과다.
고양이는 언제부터 ‘애왼동물’이 됐을까.
고양이는 기원전 유럽과 오리엔트지방이 농경사회에 접어들면서 설치류가 급증하고 이를 먹잇감으로 삼으면서 자연스레 마을로 들어오게 됐다. 이후 이집트의 토템 동물 중 하나로 고양이는 반신의 지위로 파라오들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
고양이가 유럽과 중동 지역으로 건너간 것은 기원전 1000년 무렵 그리스와 페니키아 무역상들의 배를 통해서다. 이후 고양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본격적인 ‘애완동물’이 됐다. 이는 서양 3대 신화인 북유럽 신화에 잘 나타나있다.
하지만 이런 인기는 크리스트교의 유일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중세시대 때 고양이의 신성화가 부정적으로 비춰지면서 박해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양이 역사는 오래됐다. 이익의 『성호사설』 제4권 「만물문」에 조선 19대 왕인 숙종이 고양이를 사랑한 이야기가 있다. 한 나라의 왕과 친분을 가진 고양이도 처음 만남은 왕이 부왕의 릉으로 참배하러 갔다가 만난 길고양이였다.
숙종이 ‘금손’이라 이름 지은걸 보아 털빛이 노란황금색 고양이였을 것이다. 숙종의 금묘 ‘금손’이는 궁궐에 들어 왔을 때부터 숙종의 사랑을 받았다 숙종이 ‘금손’이를 밥상 옆에 앉혀 놓고 고기 반찬을 손수 먹여 주며 곁에 두었다. 정사를 볼 때도 쓰다듬으며 정사를 볼 정도로 사랑했으나, 숙종이 승하하자 고양이 ‘금손’은 자취를 감추고 식음을 전폐하다 끝내 죽었다고 전해진다..
고양이에 대한 무성한 미신과 오해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는 배의 화물과 곡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존재였다. 또 고양이는 사랑을 전하기도, 악마의 하수인이 되기도 의로운 동물이 되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진다.
알 수 없는 ‘고양이’
가장 친숙한 동물 중 하나인 고양이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불가사의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개와 말도 주인을 생각한다’는 말이 옛적부터 있었지만 고양이는 다르다. 고양이는 비록 여러 해를 길들여 친하졌다 해도, 하루아침에 제 비위에 틀리면 갑자기 주인도 아는 체하지 않고 가 버린다. 반대로 자기를 버린 주인을 찾아 마치 지도를 보고 오는 것처럼 수 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다시 오기도 한다.
고양이는 원래 야생에서는 고독한 사냥꾼(Solitary hunter)로써 단독으로 먹이를 사냥하여 섭취하는 습성을 갖고 있는 육식동물이다. 이 습성은 집 고양이에서도 관찰이 되며 한 연구에 의하면 집에서 단백질의 섭취가 적어지게 되면 밖에서 작은 동물을 사냥하는 비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Robertson, 1998) 고양이는 하루에 생쥐 5마리정도의 먹이를 먹어야한다. 하지만 사냥을 하지 않는 고양이는 집에서 거의 생쥐 한 마리 분량의 먹이밖에는 안 먹는다. 왜냐하면 녀석들은 다른 옆집에 차려진 먹이를 먹고 오거나 창틀에 앉아 여러 주인 중 한명과 함께 자거나 어디선가 누군가에 귀여움을 받고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돌아오기 때문이다.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는 습성으로 인간에게 다가 온 고양이는 습관 또한 독특하다. 고양이는 자기영역의 곳곳에 악취를 풍기는 배변더미를 쌓아두고 영역표시를 한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우유는 고양이에게 설사를 일으킨다. 또 따뜻한 난방은 일 년 내내 고양이에게 털갈이를 하게 해, 깨끗한 외모를 위해 자신의 털을 핥다가 삼켜 소화관이 막히기도 한다.
지구상에 사는 모든 생물 가운데 인간 다음으로 성격이 다양하며 달콤한 단맛을 모르는 고양이는 늘 사랑스런 모습이지만 괴롭힘을 당하면 아주 영리해 진다. 이것이 우리가 고양이를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스스로 ‘神’이라 생각하는 고양이
사람들이 고양이를 키운다는 사람의 수보다 존재하는 고양이가 훨씬 많다. 이는 고양이를 길들이는 것 보다 고양이가 우리를 길들이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고양이가 잠시 사라졌다 돌아올 때를 잘 살펴보라. 옆집에 차려진 먹이를 먹고 오거나 창틀에 앉아 여러 주인 중 한 명과 함께 자거나 어디선가 누군가에 귀여움을 받고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성격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고양이들에 대한 유일한 미스테리는 왜 이들이 ‘애완동물’이 되기로 결정했느냐는 것이다(콤프튼 맥켄지)
고양이를 훈련시키는 일은 어렵다고 들었으나 그 반대이다. 내 고양이는 이틀 만에 나를 훈련시켰다.(빌 다나 )
엘렌 페리 베클리는 ‘고양이 키우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고양이를 소유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죠지 마이크스는 ‘사람은 개를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을 키우는 것은 고양이다. 왜냐하면 고양이는 사람을 유용한 가축(애완동물)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