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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툴라 가운데 ‘인디언 오너멘탈’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종류(학명 Poecilotheria regalis)에 잘못 물리면 사람에 따라서는 몇 주일 동안 근육 경련과 가슴 통증 등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이 스위스 연구진에 의해 최근 밝혀졌다.
타란툴라와 같은 거미는 손바닥보다 큰 커다란 몸집에 털이 북슬북슬 나 있어 무서워 보이지만 의외로 온순하고 기르기 쉽기 때문이다.
타란툴라 가운데 ‘인디언 오너멘탈’이란 종은 인도와 스리랑카의 나무 위에서 발견되는 거미이다. 몸길이 6~8㎝, 다리까지 포함하면 암컷은 16㎝에 이르는 큰 몸집에 파랑, 노랑, 흰색, 갈색 등 색깔이 아름다워 인기있는 애완 거미이다. 암컷은 8~12년까지 산다.
이 거미는 덩치에 걸맞게 길이 1㎝의 커다란 송곳니를 지니고 있다. 다른 타란툴라에 비해 물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체로 크게 해롭지 않은 거미로 간주돼 왔다.
하지만 최근 스위스 취리히대 독성정보센터에 45살의 남성이 타란툴라에 심하게 물렸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이 센터의 요안 푹스 박사는 국제학술지 <톡시콘>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 사건을 상세히 기술했다.
이 남성은 타란툴라 9마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전날 밤에 먹이를 주다가 길이 6㎝인 6년생 인디언 오너멘탈에게 물렸다는 것이다. 동물의 독 물질을 연구하고 의사가 상주하는 이 센터에 연락을 해 온 것은 증상이 심상치 않아서였다.
처음 물렸을 때 이빨 자국도 거의 보이지 않고 붉은 반점이 나타난 정도였다. 물린 부위가 약간 부풀었을 뿐 통증도 없었다. 2시간 뒤 강렬한 열감과 함께 땀이 비 오듯 나왔지만 곧 이런 증상도 사라졌다.
그러나 물린 지 15시간이 지난 뒤 심각한 근육 경련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팔과 다리에 일어난 경련이 온몸으로 퍼졌고 남성은 응급실에 도움을 청했다. 가슴에는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났다. 칼슘과 마그네슘을 투약하는 등 응급조처를 받아 증상은 가라앉았고, 5시간 뒤 남성은 집으로 돌아갔다.
위스 연구진은 중부 유럽에만 6000마리가 사육되는 것으로 추정될 만큼 인디언 오너멘탈 거미가 인기가 있는데도 그 잠재적 위험성은 덜 알려져 있다고 판단해 추가 문헌조사에 들어갔다. 1995년 이후 이 센터에 인디언 오너멘탈에 물렸다는 신고가 들어온 것은 모두 10건이었다.
연구진이 타란툴라에 얼마나 물리는지 조사했더니 의학논문에서 8건, 거미 동호인들의 블로그에서 18건 등 모두 26건의 물린 사례가 있었다. 26건 가운데 절반이 인디언 오너멘탈에 물린 것이었다.
내용을 보면, 먹이를 주다가 거미를 잘못 다뤄 물린 사례가 가장 많았고 청소, 사진찍기 등을 하다 물린 예도 있었다. 공통적으로 거미가 생각보다 빨리 움직인다는 사실을 예상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었다.
물린 부위도 26건 가운데 13건이 손가락이었고, 7건은 손이나 팔, 한 건은 각각 볼, 허벅지, 어깨였다. 물린 사람의 58%가 근육 경련을 경험했다. 물린 지 평균 10시간이 지난 뒤에 이런 증상이 나타났고 1주일쯤 지나면 증상이 사라졌다. 하지만 근육 경련이 4주까지 계속된 사람도 있었다.
나머지 42%는 경미한 증상만 나타났는데, 연구진은 거미가 가볍게 물어 미처 독액을 주입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이 거미는 덩치가 큰 만큼 독액의 양도 많아 한 번에 0.012㎖에 이른다.
연구진은 “포괄적인 문헌 조사에서 이 거미에 물릴 위험이 매우 과소평가돼 있음이 드러났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또 “이 거미가 보통은 소극적이고 숨기를 좋아해서 위협하더라도 앞다리를 들어 위협 자세를 취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자주 물지 않더라도 아주 빠르다”면서 애호가에게 주의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