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ㆍ중ㆍ고등학교와 수련원 등에서 동물 해부 실습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어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내에서 ‘또 하나의 가족’인 반려동물을 키우며 함께 사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는 가운데 생명을 우습게 생각하는 것을 조기교육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특정 자격도 없는 곳에서 동물 해부실험을 자행하고 있는데다가, 이들 기관의 해부실습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어 관련 제재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에 있는 한 청소년수련관은 최근 ‘동물해부’가 포함된 단기 특강 2주 프로그램의 수강생을 모집했다. 이 수련관 측은 모집공고를 통해 “해부 프로그램은 동물의 특성과 생활을 이해하며 직접 생물 내부구조를 관찰 이해하는 교실”이라며 “해부실습은 이달 두 차례 실시되며 해부 대상은 포유류 개구리 등”이라고 밝혔다. 다른 지역에 위치한 수련관의 경우에는 해부 대상에 토끼, 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공고를 본 한 시민은 “흥미 위주의 해부 프로그램을 통해 동물은 무의미하게 고통 속에서 희생되고 아이들은 생명경시 풍조를 배울 것 같다”며 해부실습을 중지시켜달라며 동물보호단체에 제보했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는 차후 교육과정 구성 시 해부실습을 제외할 것을 수련원 측에 요청했다.
현재 대학, 병원, 기업, 공공기관의 실험실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만 해부 등 동물실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초중고교와 수련원 등은 윤리위원회 구성 의무가 있는 기관에 해당하지 않아 동물해부실험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동물보호법 시행령에 따르면 동물실험 시행기관에 초중고교와 수련원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관리ㆍ감독을 받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 한 고교의 무분별한 동물해부 실습이 비판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2012년 5월께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개ㆍ고양이 등 유기동물 사체를 대상으로 해부수업을 실시해 논란이 일었다. 특히 실습시간에 해부한 유기동물의 머리를 들고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촬영한 한 학생의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해부실습 반대 여론이 커지기도 했다.
현재 대학, 기업 등의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동물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08년 76만296마리에서 2009년 100만 마리를 돌파한 이후 지난해 183만4,285마리로 집계됐다. 초중고교와 수련원 등의 해부실습에 사용되는 동물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한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초중고교의 동물 해부실습은 매년 관행적으로 실시되고 있고 학습효과도 영상 자료에 비해 높지 않다”며 “동물해부는 모형이나 영상 등을 통해 충분히 대체 학습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법적 규정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검역본부 다른 관계자는 “초중고교와 수련원 등을 동물실험 관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