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없이는 살 수 없는 동물용 마취제가 쉽게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가, 어디에 쓸 것인지 확인도 되지 않은 채 마치 감기약처럼 팔리는 건데 이걸 악용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최근 SBS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실제로 동물용 의약품을 취급하는 서울의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동물마취제를 구할 수 있었다. 더구나 알약보다 빠른 효과가 나타난다는 주사용 마취제까지 선뜻 내어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모두 마취 성분인 아세프로마진이 함유돼, 지난해 8월부터 수의사 등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마취제들이다.
축산농가나 수산물 양식어가용, 또 긴급 방역용으로만 예외적으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지만, 실제로는 신분 확인조차 없이 팔고 있는 것이다.
판매 기록을 남기도록 한 것 역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동물용 마취제가 범죄에 악용되기까지 합니다.
지난해 3월 성폭행 뒤 신고를 막으려 피해자에게 동물 마취제를 주사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고, 지난 6월엔 동물 마취제로 한 남성이 납치되기도 했다.
실수요자들에게는 불편함이 있더라도, 처방전 예외 조항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다음 달부터 졸레틸 등 일부 동물 마취제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규제가 엄격해질 예정이지만, 여전히 동물 마취제는 관리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