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가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핵심 인물로 떠오른 정윤회씨는 지난 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께 누(累)가 되지 않기 위해 일부러 ‘토사구팽’의 사냥개가 됐다. 그런데 이제는 진돗개가 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엿새 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지도부와 오찬 회동에서 “실세는 청와대 진돗개”라고 말했다. 진돗개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 우연히 일치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놀라울 정도이다.
“청와대의 실세가 이 진돗개다.” 의문을 잔뜩 남긴 ‘강경 발언’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 앞에서 이런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청와대에는 새롬이와 희망이라는 두 마리 진돗개가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 모두 박장대소했다.
박 대통령은 또 지난 2월 5일 “한번 물면 살점이 떨어져도 놓지 않는 진돗개 정신”을 공직자들에게 거듭 강조했다.
윗분의 ‘개 사랑’ 에 감화를 받아서인지, 개 비유도 넘쳐난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나는 정권의 와치독(감시견)”(12월2일자 <조선일보>)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진돗개 때문에 ‘시민 영웅상’을 받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1월 충남 홍성의 한 상가 앞.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 한 무리가 비명을 지르며 거리를 내달렸다. 아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커다란 진돗개 한 마리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사납게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그 앞에는 미처 도망가지 못한 아이(11) 한 명이 어쩔 줄 모르며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겁먹은 아이는 그만 발을 헛디뎌 발랑 자빠졌다. 진돗개는 먹잇감을 사냥하는 맹수처럼 아이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김민수(36·충남 예산·사진)씨가 재빠르게 달려들어 진돗개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김씨는 근처에 외근을 나왔다가 아이가 위기에 빠진 장면을 우연히 목격했다. 진돗개는 아이 대신 김씨에게 달려들어 왼쪽 팔을 가차없이 물어댔다. 김씨의 팔뚝에선 피가 흘러내렸고, 이빨 자국이 깊게 팰 정도로 크게 다쳤다.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였다. 김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1년이 지난 지금도 팔뚝에 이빨 자국 세 개가 그대로 남았다(왼쪽 사진)”면서도 “그래도 어린 아이들이 다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이냐”고 말했다.
김씨는 11일 S-OIL이 주최하고 한국사회복지협의회(회장 차흥봉)가 주관하는 ‘2014 올해의 시민영웅상’을 받는다. 보건복지부·경찰청·중앙일보가 후원한다. 이 상은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의로운 시민들을 격려하는 상이다. 의로운 일을 하는 과정에서 안타깝게 숨진 경우 의사자(義死者), 몸을 다친 경우 의상자(義傷者)로 선정한다. 올해 수상자 중 의사자는 없고, 의상자는 김씨가 유일하다.
이래저래 진돗개가 화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