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는 물을 마시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과학자들이 초고속 촬영 영상 분석을 통해 두 반려동물의 물 마시는 방법을 과학의 눈으로 살펴봤다. 똑같이 네 발 달린 짐승들이니 언뜻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들 법하다. 과학자들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자세히 살펴본 결과는 매우 큰 차이를 보였다.
▲ 개는 혀를 물 속에 집어넣고 물을 담아 말아 올려
우선 개는 고양이에 비해 물을 마시는 모습이 좀 요란하다. 개과 동물은 뺨이 넙적하지 않고 턱이 길쭉해, 사람처럼 입을 오무려 물을 들이킬 수 없는 구강구조를 갖고 있다. 대신 우리가 잘 알고 있듯, 혀를 쭉 늘어뜨린 채 철벅거리며 물을 핥아 마신다. 물리학자들이 고속 카메라로 개의 물 마시기에 숨어 있는 유체역학을 들여다봤다. 비디오에서 보듯, 개는 물 속으로 혀를 꽂아넣는다.
그러면서 마치 국자처럼 혀를 아랫쪽에서부터 구부려 말아올린다. 말아올린 혀 안에는 한 웅큼의 물이 담겨 있다. 이를 재빨리 입 속으로 집어넣으면 물도 관성에 따라서 입 안으로 빨려들어간다.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물리학회 유체역학부문 정례회의에서 버지니아공대와 퍼듀대 합동연구팀이 발표한 내용이다. 개가 물을 마신 곳 주변 마룻바닥엔 개가 흘린 물이 흥건한 데서도 알 수 있듯, 이 과정은 그렇게 정교한 것은 아니다.
▲고양이는 혀 끝으로 물 표면을 찍어 물을 들어올려
그럼 고양이는 어떻게 마실까? MIT 연구진이 분석한 것을 보면, 고양이도 개와 비슷하게 턱을 늘어뜨린다. 그러나 고양이는 개처럼 혀로 물 표면을 가르지 않는다. 마치 물에 도장을 찍듯, 혀 끝을 물 표면에 갖다댄다. 그러면 물이 고양이의 혀에 달라붙는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혀를 입 안으로 넣으면 물도 빨려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물을 밑으로 끌어당기는 중력과, 혀에 계속 붙어 있으려는 물의 관성이 서로 힘 겨루기를 한다. 물을 충분히 마시려면, 중력이 관성을 압도하기 전에 재빨리 혀를 입 안으로 집어넣어야 한다.
고양이가 물을 마시는 데는 이처럼 중력과 관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셈이다. 물론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물이 입 안으로 들어간 다음엔 재빨리 입을 다물어야 한다. 입 안으로 들어간 물이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고양이가 물을 흘리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개에 비하면 물을 깨끗이 마시는 편이다. MIT 연구진은 고양이 혀를 본딴 로봇혀를 제작해, 고양이가 물 마시는 모습 뒤에 숨어 있는 물리학 법칙의 작동 과정을 동영상으로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