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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 때로는 비범해 보이는 이들이 왜 사이비 종교에 빠질까. 평범한 고등학생은 어떻게 국제적으로 지탄받는 폭력 테러 조직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일까. 그들은 어떤 이유로 자신에게 허락된 자유를 포기하고 꼭두각시처럼 조종당하는 길을 선택한 것일까.
보통 우리는 이런 사이비 종교나 불법 다단계, 사기꾼에 현혹되는 이들이 나약하고 타인에게 쉽게 의존하는 사람이 심리 조작에 잘 휘말린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성향을 지녔다면 심리 조작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심리 조작은 보다 더 교묘하고 다양한 요인들의 복합 작용으로 이뤄진다.
일본 정신의학계 권위자인 이 책의 저자는 심리 조작의 본질은 '속이는 행위'라고 단언한다. 이는 생각보다 우리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며, 당하는 사람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내면을 지배하고 행동을 조정한다.
평범한 누군가가 심리 조작의 희생양이 되는 이유는 결국 불안한 내면에 있다. 의지할 곳 없는 사회에서 우리 마음 속 두려움과 증오, 불안을 이용해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내려는 심리 조작의 유혹은 도처에 널려 있다.
지극히 평범한 옆집 주부가, 멀쩡했던 회사원이 어느날 가족이나 사회와 연을 끊고 물건을 팔러 다니는 경우도 곧잘 본다. 누가 봐도 이상하지만, 마치 최면에라도 걸린 듯 자신이 속한 집단의 목표와 이념에 따라 움직인다.
저자는 이들의 공통점으로 늘 타인의 눈치를 보며 지나치게 상대방을 배려하는 '의존성 인격장애', 높은 이상을 꿈꾸지만 마음 속에 열등감을 지닌 '불균형한 자기애', 주변에 믿고 의지할 대상이 없는 '취약한 지지 환경',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정신이 약해진 '스트레스와 갈등', 모든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높은 피암시성' 등 5개를 꼽았다.
그렇다면 심리 조작은 어떻게 이뤄질까. 저자에 따르면 우선 정보 입력을 제한하거나 과잉되게 해 생각할 여유를 빼앗는다. 구제를 확신하고 불멸을 약속해 사랑받고 싶어하며 배신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파고든다. 마지막으로 자기 판단을 못하게 하고 의존 상태를 유지하는 등의 단계를 밟는다고 한다. 즉, 의존적이고 애정을 갈구하는 이들을 강하게 몰아세워 점점 주체성을 상실하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심리 조작의 핵심은 얼마나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느냐에 있다. 내 마음을 흔들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게 하려면, 상처받기 쉽고 고독한 우리들의 마음을 강하게 만드는 수 밖에 없다. 생생하게 펼쳐지는 20세기 심리 조작의 역사는 추리소설보다 강력하고 흥미롭다.
오카다 다카시 지음/ 황선종 옮긴이/ 어크로스/ 1만4000원